한방병원 전공의가 헐레벌떡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환자가 입원했다는 것이다.
환자의 흉부 CT 사진을 보는 순간 ‘휴…’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좁쌀만 한 전이암들이 양쪽 폐 전반에 퍼져있어 정상 폐 조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 환자는 폐암을 진단받고 항암제가 무서워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한방치료를 위해 모 한방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암의 크기가 커지고 호흡곤란 증상도 더욱 심해졌다. 그 병원에서 더 이상 해줄 게 없으니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라는 판정을 받고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던 도중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필자가 근무했던 한양방 통합암센터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었다.
한의사들과 의사들이 급히 모여 의논을 했다. 지금 환자의 호흡곤란 상태라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사망할 것 같았다. 암이 퍼져있는 범위가 넓고 빠른 진행을 보이고 있어 일단 암의 크기를 줄이는 세포독성 항암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다행히 환자의 암 조직검사 결과를 보니, 이런 암세포유형에 치료율이 높으면서 부작용도 적은 항암제가 있었다.
보호자를 급하게 불러 이런 사실을 설명하고 환자를 설득하여 치료효과의 상승작용과 부작용 감소를 목표로 기존 서양의학의 항암제와 한방 암치료를 병행했다. 놀랍게도 폐 전반에 퍼져있던 암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환자의 호흡곤란 증상도 하루가 다르게 호전되어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이 환자는 3년간을 더 생존하다 돌아가셨지만 항암제만을 단독 치료한 경우보다 오래 생존하였다.
이것이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통합의료의 실제 사례이다. 환자분이 처음 치료를 받았던 한방병원에서의 치료실패를 비난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다. 서양의학의 치료도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더 많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환자가 선택했던 한방치료로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병세가 위중해질 때 거기서 그냥 치료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서양의학 치료 중에 환자의 바람대로 부작용은 적으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가 있는지 한 번 더 검토하고 양방과의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성공확률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약이 있다면, 그것이 한의사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암을 치료하는 한의사는 인지하고 있었어야 한다. 이것이 통합의료가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기존의 의학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한양방 서로의 단점을 비난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단점을 감싸 안으려는 아름다운 협력이 통합의료이다.
전성하 과장은 경희대학교 한의학과와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서 한의사와 의사 전문의 자격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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