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수 지도신부를 맡은 적이 있었다. 탈출기 성경연수를 지도하였을 때의 일이다.
“탈출기 참가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또 행복합니다! 저는 이번 성경 탈출기를 지도하게 된 윤석희 미카엘 신부입니다.”
이런 인사를 시작으로 연수를 지도하게 됐다.
사실 그들과 같이 성경 공부부터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그들을 지도하기에는 나 자신이 부족했지만, 참가자들이 성경을 통해 하느님을 체험하는 과정에 있어서 동반하려는 마음으로 피정 지도를 맡은 것이었다. 또한 그 피정이 나에게는 처음으로 한 성경연수 지도였다. 그러니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연수나 피정이든 첫날 밤을 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평소와 잠자리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더 뒤척이고, 집과는 다른 환경에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때 연수 첫날 밤 비가 무척 많이 왔다. 첫날 일정을 마치고 문단속 겸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때 눈에 띤 한 젊은이가 있었다. 밖에 비가 많이 오는데, 그 늦은 시각에 잠들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다가가 말도 건네고, 늦은 시각까지 잠들지 못하는 이유도 묻고 싶었지만 침묵을 지키는 시간에 말을 건넬 수는 없었다. 그저 눈인사로 얼른 피우고 올라가라고만 했다.
그런데 그 한 사람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성경연수를 참가하지만 여러 가지 개인적인 고민들과 각자의 문제를 가지고 연수에 들어오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 많은 고민들을 안고, 탈출기라는 성경연수를 통해 그들은 답을 얻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의 고민 가득한 얼굴이 마치도 천사의 얼굴처럼 환하게 바뀌어져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정말 놀랍고, 신기했다. 그들의 고민이 해결되고 풀렸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탈출기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그와 같은 고민과 어려움, 인생의 장애물이 앞으로도 내 인생에 끊임없이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지금 나에게 다가온 고민과 문제는 이 하나 때문에 내 인생 전체가 고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분명 해결되고 지나갈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 고민과 어려움, 그 문제 때문에 거기에만 매여 하느님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데 있다.
광야에서 수많은 이스라엘인들은 척박한 땅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상의 문제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먹는 일, 입는 일, 사는 일, 물이 없고, 도대체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이 길을 하느님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야 했다. 얼마나 고민이 많고,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까? 그 과정을 탈출기 참가자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결국 돌아보니, 연수에 참가하는 그들의 고민을 지도신부인 내가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답을 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다. 그들이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길. 거기에서 그들과 함께 동반해 가는 것이 지도신부의 몫이다. 나는 앞으로도 더 많은 청년들이 이렇게 성경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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