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소득공제용 교무금 영수증 뽑아주세요.”
해마다 1월이면 본당 사무실이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위해 교무금 영수증을 준비하는 이들로 북적인다.
올해부터는 교무금 영수증을 받기 위한 신청서를 따로 작성해야 해서 더 분주하다. 지난해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의 결정에 따라 교적의 주민등록번호를 삭제했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와 개인정보 이용동의를 위한 신청서가 필요하다. 교구의 경우 교무금이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에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사무실에서 영수증을 받아 첨부해야 한다.
교회는 전례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대림기간에 판공성사와 더불어 교무금을 책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교무금 영수증을 찾는 지금도 많은 신자들이 교무금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
교회 운영비인 교무금은 신자들의 의무 중 하나다. 「한국천주교 사목 지침서」에서도 “신자들은 주교회의나 교구의 규정에 따라 교무금, 주일 헌금, 기타 헌금과 모금 등으로 교회 운영 활동비를 부담해야 한다”(165조)고 규정하고 있다.
교무금은 본당의 복음화 활동, 시설 확충과 유지, 본당 사목자 생활비와 직원 인건비 등은 물론 교구 발전과 유지에도 사용된다. 교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셈이다.
이런 교무금을 책정하지 않거나 책정한 교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자연히 교회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다.
교회는 교무금이 의무임을 말하고 있지만, 그 액수를 규제하지는 않는다. 성경의 ‘가난한 과부의 헌금’(마태 12,41-44, 루카 21,1-4)에 나오듯 교무금의 핵심은 액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또 교회는 미납 교무금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를 두지 않아 갑작스런 가정 형편의 변화나 수입의 감소로 교무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도 배려하고 있다.
다만 교무금은 자신을 위한 지출에 앞서 책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자기 수입 중 남는 것을 계산해서 바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헌하는 것이다.
교회는 일반적으로 십일조 정신에 따라서 수입의 십분의 일을 성실히 봉헌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교무금을 충실히 내는 것은 건전하고도 올바른 신앙생활의 표현이며 하느님 자녀로서의 도리다. 아직 교무금을 책정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본당을 찾아 책정해보면 어떨까?
교구 관리국장 김유신 신부는 “국민이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신자라면 교무금을 내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면서 “신자들이 성실히 내는 교무금으로 교회가 튼실해진다”고 말했다.
교무금의 역사
교무금은 신앙선조들의 희생과 봉헌으로 지켜온 한국교회 고유의 문화다.
교회법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교회가 하느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 및 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교회의 필요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222조 1항)고 명시하고 있다.
신자들에게 교회 운영비 납부의 의무가 있음을 말하는 이 조항은 사실 ‘교무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여러 교회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교회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다. 이탈리아나 독일 등 교회가 오랜 시간 뿌리를 내린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종교세를 통해 교회 운영비용을 모으고 있다. 미국교회는 신자들의 기부금과 주일 봉헌금으로 충당한다.
우리나라에도 처음부터 ‘교무금’이라는 제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필요할 때마다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헌금을 거둬 봉헌하곤 했다. 이후 교회가 자리를 잡아 가면서 신자들이 공소 유지를 위한 헌금을 냈고 그 전통이 교무금으로 발전한 것이다.
교무금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86년 조선교구장 블랑 주교가 신자들에게 보낸 사목 서한에서다. 서한에서 블랑 주교는 사람들에게 각각의 몫을 배당해 거두는 돈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명하전(名下錢)’과 불우이웃을 돕는 ‘애긍전(哀矜錢)’을 언급했다. 이전부터 공소 사업 준비금에 해당하는 ‘판비전(辦備錢)’이 존재했음도 알 수 있다.
이런 전통이 교무금 제도로 정착된 것은 1931년 ‘전 조선지역 시노드’다. 시노드 이듬해에 반포된 ‘한국교회 공동지도서’ 제450조는 교무금에 대해 자세히 규정했다. 이 규정이 계승돼 지금에 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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