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기아 현황 및 원인
아프리카 대륙 동쪽 끝, 적도가 국토의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나라 케냐. 해발 1600m 고지대에 위치한 수도 나이로비에 사는 안다이(12)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안다이군은 점심시간 때만 되면 시무룩해진다. 그의 눈길이 향하는 곳을 보면 이내 그 까닭을 알게 된다. 운동장 한쪽 편 낡은 건물 앞,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급식을 기다리는 줄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을 먹을 수 있는 학생은 전교생 460명 가운데 고작 100명 남짓하다. 안다이군은 한 번도 그 줄 사이에 끼어본 적이 없다. 한 끼에 우리 돈 200원 하는 급식비를 내지 못해 굶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절대 빈곤을 벗어났다고 하는 케냐의 현실이다.
‘300원.’ 당장 먹을 게 없어 굶주리고 있는 어린이에게 하루 치 식량을 제공할 수 있는 비용이다. 단돈 300원이면 먹을 게 없어 생명의 위협을 받는 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등 모든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을 먹을까?’ ‘어디 가서 먹으면 좋을까?’
끼니때만 되면 고민하는 우리 현실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2015년 현재 전 세계 인구는 72억 명, 이 가운데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해 절대 빈곤에 있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8억4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세계 인구 9명 중 1명꼴로 영양 섭취가 매우 부족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특히, 30%에 이르는 2억7000만 명이 아프리카에 몰려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기아가 인류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생명과 직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5세가 되기 전 영양부족으로 사망하는 아이가 전 세계 영유아 인구의 절반에 달한다.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상, 그리고 미래와 작별하는 것이다.
통계로 보면, 가장 많은 기아 인구가 있는 대륙은 아시아, 기아 인구 비율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높다. 특히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가 식량부족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이 지역 약 24%의 사람들이 기아로 고통 받고 있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남미에서도 8명 중 1명이 매일 밤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연안에서는 28%의 사람들이 잦은 굶주림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빈곤의 악순환은 더 깊어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전 세계적인 기아 현상이 나아지기보다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는 사실이다. 국제적인 빈민구호단체인 영국의 옥스팜(Oxfam International)은 식량안보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기아 상태의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20%까지 늘어나 어린이 영양결핍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해법은 의외로 쉽게 찾아질 수 있다. 세계 식량 총생산량은 28억500만t에 달하는데, 세계 식량 총소비량은 23억300만t으로 5억200만t이 남아돈다. 그런데 왜 끊임없이 식량 위기가 반복될까.
그 이유는 ▲이윤 극대화를 위한 식량의 상업화 ▲환경 파괴에 따른 기상이변과 식량생산 면적 감소 ▲대체 연료 개발로 인한 곡물값 상승 ▲인구증가로 인한 식량수급의 불균형 등을 꼽을 수 있다.
교회 안팎의 전문가들은 나눔에서 해답을 발견한다.
■ 식량이 부족해 굶주리는 게 아니다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깨어진 ‘죄의 문제’에서 가난과 굶주림의 원인을 찾는다. 하느님과의 계약을 어긴 아담과 하와로 인해 죄가 생겨나고, 선조들의 잘못을 반복하는 후손들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창세 3,17-19 참조) 이러한 죄의 사슬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새로운 실마리를 찾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전하며 가르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돌보셨다. 또 굶주리는 이에게는 먹을 것을 주시는 행위를 통해 당신의 복음이 인류를 새롭게 살리는 일임을 보여주신다.(마르 6,34-44 참조)
이러한 교회의 전통이나 정신에서 볼 때 굶주림은 선조로부터 시작된 죄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굶주림 그 자체는 인류에게 있어 수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베네딕토 16세(2005∼2013) 전임 교황은 “기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구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굶주림은 식량 자체의 부족보다는 부의 편중과 분배 문제와 맞물려 있으므로 결국 정의로운 세상을 구현하지 않으면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화와 자연환경과의 연관성, 세계평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에 ‘인류는 한 가족, 모든 이에게 양식을’ 주제로 국제 카리타스 지구촌 기아 퇴치 캠페인의 개막을 선포하면서 굶주리는 사람이 있는 것은 식량이 모자라서가 결코 아님을 지적했다. 교황은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식량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주려는 의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인간의 이기심과 식량을 포함한 자원의 올바른 사용이 지구촌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특히 이 캠페인이 기아와 굶주림,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는 현대 세계와 사회의 비극적인 상황에 대한 반성임을 역설하고, 사랑의 연대를 통해 부끄러운 현실을 극복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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