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하 직원이 결재 서류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서류를 한 번 죽 훑어보니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조목조목 보완해야 할 사항을 얘기해 주고 “설명한 대로 잘 좀 작성해 오세요”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부하직원은 다짜고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계획을 보고하거나, 무슨 일을 할 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아무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곤 합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의 대명사처럼 쓰고 있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바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삼국지」에 보면 제갈량은 적벽에서 조조를 사로잡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끝에 필승의 계략을 꾸밉니다. 그 계략은 적중해서 관우가 조조를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조조를 사로잡은 관우는 옛날 자신을 살려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조조를 풀어주고 맙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제갈량은 하늘을 우러르며 말하길 “자신은 해야 할 모든 일을 다 했으나 조조가 죽을 때가 아직 아닌 모양이다”라면서 한탄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바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이 고사성어의 진인사(盡人事)는 ‘사람이 해야 할 최선을 다한다’라는 의미입니다.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하늘의 명(命)을 기다릴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요? 최선을 다한다는 말 속에는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넘어가는 엄청난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
신약성경 마르코복음 12장 30절에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모습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한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 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곧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몸과 마음 그리고 목숨과 정신까지도 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행에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진홍의 「완벽에의 충동」에 보면 극진 가라테의 창시자이며 전설적인 무술인인 최배달이 생전에 가장 싫어했던 말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었다고 전합니다. 왜냐하면 그 말에는 왠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숨어버릴 수 있는 ‘핑계의 그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란 말을 사용할 때는 한 번쯤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16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시점입니다. 저는 오늘도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하느님! 저에게 내려주신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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