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안만세시장 초입, 언덕 위에는 제대 성반(聖盤)을 떠올리게 하는 커다란 지붕을 얹은 성당이 있다. 온 마을을 한 몸에 품은 듯한 성당의 모습은 발안 지역 사람들과 함께해 온 평택대리구 발안본당(주임 서종선 신부)의 역사를 드러내는 듯하다.
화성지역에는 박해시기인 1820~1830년대부터 복음이 전파돼 양간, 느지지, 갓등이 등의 교우촌이 형성됐다. 이중 갓등이 교우촌에 왕림본당이 설립되면서 화성지역의 많은 공소를 사목하기 위해 점차 새로운 본당 설립이 필요해졌다.
왕림본당 10대 주임으로 부임한 임응승 신부는 화성지역 복음화를 위해 공소 신자들과 함께 교통의 요충지였던 발안에 성당을 세우기 시작했다. 성당은 신자들의 봉헌과 노력봉사로 1956년 본당 설립 이전에 완성됐다. 당시 지어지던 많은 성당과 달리 현대적인 양식의 성당이었다.
1857년 신설된 본당은 한때 3만6363㎡에 달할 정도로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었다. 새 성당 봉헌식을 집전한 노기남 주교도 “이런 큰 성당이 지방에 있는 것은 아깝다”고 할 정도였다.
이 넓은 부지는 비단 신자들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본당은 지역사회와 유대 안에서 지역사회의 문화적 전통을 존중하고, 함께 발전하기 위해 성당을 나눔의 공간으로 기꺼이 활용했다.
성당 부지에는 향나무, 뽕나무, 참외, 포도 등을 키우는 비안네 농장을 만들었다. 농장 수익금으로 농민교육원을 설립해 지역 농부들을 교육하고 돕는 활동을 하기도 하고, 본당 자체적으로 누에를 길러 양잠기술을 전파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본당은 지역 새마을운동의 주축으로 활동했고 새마을훈장을 받기도 했다.
본당은 발안신용협동조합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본당은 1976년 ‘꿀벌신용협동조합’을 발기하고 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서민들의 금융기관을 만들어나가 지금의 발안신협을 만들었다.
지역의 큰 행사는 으레 성당에서 이뤄졌다. 지역민과 소통의 공간이 된 성당의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본당은 성당 부지를 활용한 다문화가족행사, 결혼, 사회봉사활동 등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있다.
신앙선조들에게서 신앙을 이어받는 노력에도 앞장섰다. 본당은 성 장주기(요셉)의 출생지이자 교우촌인 느지지가 잊혀지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1986년 ‘요당리성지 3개년 개발 계획’을 실시했지만, 가난한 본당의 여건상 중단되고 말았다.
발안의 역사와 함께한 성전은 발안9경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5년 7월 봉헌된 성당은 현대적인 건축양식임에도 전통미가 돋보이는 건물이다. 특히 성당 지붕은 백자그릇, 기와지붕 등의 동양적인 곡선을 담아냄과 동시에 김대건 성인의 갓을 상징하는 신앙적 의미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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