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주의보와 한파경보가 잇따라 발령된 1월 23일. 영하 20도 불어오는 칼바람이 살갗을 매섭게 파고드는 와중에도 청소년·청년들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꽁꽁 얼어붙은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새까만 연탄이다.
벌써 수백 장을 옮긴 청소년·청년들의 손에는 제법 노련함이 묻어나왔다. 연탄을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호흡도 척척 맞는다.
바로 연합봉사동아리 ‘씨밀레’의 연탄봉사 모습이다. 단원들은 이천시 장호원읍과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일대에서 차상위계층 홀몸어르신 10세대에 올 겨울을 날 연탄 1600여 장과 설맞이 선물을 전했다.
“이제 절반 남았어!”
한 단원이 외치자 이곳저곳에서 “아직도?”라는 비명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연탄은 보기보다 묵직했다.
한 장, 두 장이 100장, 200장이 되면서 팔이 저려왔고 계속 한 자세로 연탄을 전달하다보니 한쪽 허리가 쑤셔왔다.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손에 낀 목장갑은 마치 처음부터 검은 색 장갑이었던 것처럼 온통 연탄재로 뒤덮였고, 어느새 얼굴에도 군데군데 검은 자국이 묻었다. 연탄을 나르는 내내 휘몰아친 바람 덕분에 머리카락도 제멋대로 뻗쳤다.
그런데도 봉사 내내 단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보람차요. 이렇게 추운 날 연탄을 전해서 더 뿌듯해요.”
10~20대인 단원들은 연탄을 사용해 본 경험 자체도 없었고, 이번 봉사에서 연탄을 처음 본 단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나른 연탄의 무게만큼 홀로 사는 할머니가 겨울을 따듯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민승(요한사도·20·평택대리구 안중본당)씨는 “직접 몸으로 봉사하니 내 힘으로 돕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연탄을 받은 분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이날 전달할 연탄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를 이어왔다.
지난해 10월 25일에는 교구청에서 ‘일일카페 및 바자’를 열었다. 연탄과 설맞이 선물, 봉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이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설맞이 선물은 어르신들이 필요로 할 만한 물품을 단원들이 스스로 고민해서 골랐다. 몸을 따뜻하게 해줄 핫팩과 담요, 내의는 물론 생활용품과 요깃거리 등을 담았다. 거기에 어르신들 건강을 생각해 사골도 포장했다. 미리 선물 받을 이들의 상황을 파악해 그 세대에 필요한 선물을 별도로 준비하기도 했다.
단순히 연탄을 전달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런 마음으로 준비한 봉사였기에 연탄을 전달하는 것만이 봉사의 전부가 아니었다.
연탄과 선물을 전한 단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르신들을 포옹하면서 인사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든 어르신에게는 세배를 올리면서 미리 설 인사를 하기도 했다.
송서연(플로라·19·용인대리구 동백성요셉)양은 “봉사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그만큼 기뻤다”면서 “우리가 전한 연탄이 경제적인 도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따듯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단원들이 봉사하는 내내 어르신들은 “고마워서 어떻게 해”라며 감사를 표했다. 거동이 불편한 100세의 어르신도 단원들의 정성에 몸을 일으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연탄을 전해 받은 안옥희씨는 “이렇게 추운데도 연탄을 날라주고 선물도 받아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면서 “(봉사를 온 단원들이)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컸는지 모르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교구 청소년국 대건청소년회 산하 연합봉사동아리 ‘씨밀레’는 대건청소년해외자원봉사단을 다녀온 청소년·청년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다. 해외파견을 통해 봉사의 기쁨과 나눔의 즐거움을 체험한 단원들은 그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씨밀레’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단원들은 스스로 봉사를 기획하고 준비해 진행하면서 봉사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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