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한반도를 강타한 혹한도 순교신심을 배우려는 청년들의 뜨거운 열의는 꺾지 못했다.
의정부교구 성소국(국장 류달현 신부)은 추위에 아랑곳없이 1월 21~24일 3박4일간 ‘2016년 의정부교구 신학생과 함께하는 신앙의 길 제2기 청년 순례단’ 도보순례를 실시했다.
이번 도보순례에는 교구 순교자공경위원회 위원장 홍승권 신부를 지도신부로 교구 소속 1학년 신학생 8명과 일반 청년 3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신앙의 길을 걸었던 2학년 신학생과 참가 청년들은 봉사자로 동참했다.
의정부교구 설정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4년 4월 선포된 ‘신앙의 길’은 북한과 인접해 있어 오랜 세월 신자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곳이었다. 그러나 신앙의 길이 이어지는 공간은 ‘백서 사건’의 주인공 황사영(알렉시오)과 성 남종삼(요한)의 묘, 홍성원(아우구스티노) 등 병인박해 순교자들의 순교지, 현재 시복을 추진하는 덕원의 순교자 김치호(베네딕도) 신부와 이춘근(라우렌시오) 신부가 태어나고 자란 교우촌 등이 자리해 있다. 또한 조선교구 제8대 교구장인 뮈텔 대주교가 1917년 판공성사를 집전했던 ‘목자의 길’도 포함돼 있어 초기 한국천주교회 교회사가 숨가쁘게 펼쳐진 역사적인 곳이다.
순례단은 1월 21일 오전 8시 송추성당에 모여 시작미사 뒤 총 92㎞의 대장정에 올라 먼저 경기도 양주 황사영과 남종삼 묘역을 찾았다. 이어 둘째 날에는 1866년 병인박해 때 홍성원(아우구스티노), 김윤호(요한), 김마리아 등 5명이 순교한 양주관아치명성지를 첫 목적지로 순례를 이어갔다.
양주관아치명성지는 교구 순교자공경위원회가 2008년 개최한 ‘경기 북부지역과 한국 천주교’ 심포지엄을 통해 정확한 순교지를 확인함으로써 현재 신앙의 길 순례 코스에서도 중심을 이루고 있다.
순례단은 계속해 1월 22일 오후부터는 목자의 길에 접어들어 과거 박해를 피해 교우촌이 만들어졌던 신암리성당, 쇠골공소, 갈곡리공소를 거쳐 마지막 날인 1월 24일 정오 경 광적성당에 도착해 파견미사를 봉헌했다.
신앙의 길 청년 순례단 도보순례를 완주한 의정부교구 함현호(다니엘) 신학생은 “신앙 선조들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을 지켰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면서 나는 너무나 쉽고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을 성찰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매서운 날씨에 신학교 동기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는 시간도 됐다”고 덧붙였다.
순례단을 지도한 홍승권 신부는 “박해시대 신앙 선조들이 숨어서 다녔던 길이 지금은 신앙의 길이 됐다”며 “보다 많은 신자들과 청년들이 ‘신앙의 길’ 도보순례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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