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사제가 되고 싶었다. 성당에서 청년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보좌신부님을 보며 ‘나도 저런 사제가 꼭 돼야겠다’고 다짐하고 기도했다.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꿈은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한 젊은 신학생의 간절한 꿈은 예고 없이 찾아온 병마 앞에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성현(가명·아우구스티노·36·제주 서문본당)씨는 지난 2008년 한 지역 신학교에 입학해 사제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하던 평범한 신학생이었다.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 젊은 신자들과 함께 하느님 복음을 전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기를 원했다.
그의 몸에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것은 신학교 4학년 때였다. 건강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빈혈 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쓰러졌다. 더 이상 학교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약해졌다. 결국 신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났죠. 신세 한탄도 해봤지만, 결국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했어요. 담담하게 받아들였죠.”
이씨는 신학교를 나온 후 회사에 다니면서 충격을 잊어갔다. 본당에서 청년회를 이끌고 청년성가대 지휘를 하며 더욱 열심히 하느님을 모셨다.
그러던 지난해 2월, 이씨는 목에 혹이 생긴 것 같은 증상을 느꼈다. 병원을 찾은 그에게 갑상선암 진단이 내려졌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번에는 허리가 너무나 아파왔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던 그는 어머니 박성임(가명·루시아·62)씨와 함께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치료와 검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병명조차 알기 힘들었다.
결국 이씨는 걷지 못할 정도가 됐다. 서울 큰 병원으로 당장 가고 싶었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이씨의 아버지는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났고 가족이라고는 어머니밖에 없다. 이씨가 병을 얻으면서 어머니가 간호를 해야 해 셋방살이를 하는 집안에는 수입이 전혀 없다. 겨우 친척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지난해 8월 서울로 올 수 있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혈액암’이었다. 게다가 암세포가 많이 전이돼 척추에까지 퍼진 상태였다. 항암치료를 6번이나 받았고 입원과 통원치료를 반복하며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정상인의 골수를 이식받는 조혈모세포 이식수술도 받아야 한다.
객지에 어머니와 함께 올라온 지 벌써 6개월이 다 됐다. 그 동안 치료비와 생활비, 빚은 수천만 원을 넘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직 걸음조차 걷지 못하는 이씨가 얼마나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본당 교우들이 십시일반 모금활동을 벌여 지원금을 보내왔지만 역부족이다.
이씨는 어머니를 걱정한다. 자신을 간호하느라 자기 몸조차 챙기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어머니를 보살펴 드려야 할 아들이 이렇게 누워있으니 불효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의 가슴은 무너진다. 흐르는 눈물을 추스르지 못하던 어머니 박씨는 간절한 심정으로 말했다. “누구보다도 하느님을 사랑하고 따르던 아이였죠. 하지만 곁에서 지켜주는 것 밖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도와주시기를 두 손 모아 부탁드립니다.”
※성금계좌※
농협 351-0837-4166-53
국민은행 701801-04-179969
예금주 제주가톨릭사회복지회
모금기간: 2월 3일(수)~2월 23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64-751-0251 제주가톨릭사회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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