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 제 친구 할머니가 최근에 세례를 받으셨는데, 그 이유가 조문 갔다가 천주교 신자들이 돌아가신 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으셨기 때문이라네요. 이 기도가 ‘연도’라고 하는 것이죠?
티모 : 잘 알고 있네요! ‘연도’를 보고 입교하는 분이 꽤 많다고 하네요. 연도라는 용어는 오늘날의「가톨릭기도서」와 같은 「천주성교공과」(1864년 출간)에 나옵니다.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 성인들의 간구를 청하던 성인호칭기도를 ‘연옥도문’(煉獄禱文)이라고 했는데, 이것을 줄여서 ‘연도’라고 한 것이죠. 지금은 성인호칭기도를 포함한 죽은 이를 위한 기도를 위령기도라고 합니다. 여하튼 구성진 가락으로 기도를 바치면서, 죽은 이가 주님 품에서 편안한 안식을 얻고 마지막 날에 부활의 영광에 함께 하리라는 우리 신앙을 드러내는 간청이지요.
민이 : 그런데 요즘은 설날이나 추석에 드리는 미사에도 연도를 하던데, 왜 그런 건가요?
티모 : 설날과 추석은 가족과 함께 조상에게 감사하는 축제이지요. 죽은 선조들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풍습을 교회가 이어받아 위령미사를 드리기도 하고 미사 전과 후에 위령기도를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세라 : 티모 신부님! 저희 집에서는 설날과 추석, 그리고 기일에 제사를 드리는데 그것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개신교 신자인 친구는 미신을 향해 절을 하는 것이라며 질색을 하던데요.
티모 : 제사는 조상신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孝)를 실천하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위한 것입니다. 조상의 기일에 연미사라고 하는 위령미사를 드리고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 기준에 따라 제례를 지내면 좋습니다.
민이 : 신부님! 예전에는 제사를 드리지 않아 순교하기도 했다는데….
티모 : 예전에는 조상신에게 바치는 것으로 제사를 인식했는데, 이제는 부모에 대한 효의 실천으로 관점을 다르게 보고 허락하게 됐죠. 하지만 조심할 것이 있어요. 조상 숭배를 연상시키는 신위, 신주, 위패, 지방 등 용어나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조상의 이름이나 사진, 십자가 등을 놓아야 해요.
세라 : 신부님이 말씀하신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은 어떻게 볼 수 있나요? 집에 가져가서 이번 설에 해보려고요.
티모 : 좋은 생각이네요. 책자는 가톨릭계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고, 주교회의 홈페이지(www.cbck.or.kr)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설날에 조상을 통해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이 땅을 마련해주신 하느님과 조상께 감사드리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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