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체대회는 성체를 통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의 존재를 직시하는 자리입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선교 사명을 일깨우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의와 분쟁 지역에 평화를 불러일으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특사로 제51차 세부 세계성체대회에 파견된 찰스 마웅 보 추기경(미얀마 양곤대교구장)은 “성체성사가 주는 주요 메시지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는 것처럼 우리의 빵을 나누고 이 세상의 재화를 나누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먼저 교황의 모범을 따라 가난한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전 세계에는 수많은 가난한 이웃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가난한 이유는 자원이 부족해서도, 물건이 없어서도, 음식이 모자라서도 아닙니다. 분배 구조가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보 추기경은 세계성체대회 개막미사 강론에서도 ‘3차 대전’이라는 다소 강한 어휘를 쓰며 ‘가난과의 전쟁’을 요청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빈곤과 잔혹성과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자선과 나눔의 ‘미사일’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모든 종교와 각국의 정부들이 부자와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 부와 재화가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보 추기경은 특별인터뷰를 통해 미얀마에서 이어지고 있는 부의 분배 불균형을 예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군부 장성들과 수도인 양곤에 있는 일부 사람들이 미얀마 부의 90%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80~85%의 국민들, 특히 시골에 사는 이들은 주변 농작물에 의존해 살아가며 가난에 허덕인다”고 한탄했다.
이어 보 추기경은 이번 행사에 전 세계 다양한 지역과 배경의 신자들이 참여했지만, 이들은 모두 사회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제대 앞에서 모두 동등한 주님의 자녀라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인간은 모두 동등하다는 하느님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3차 대전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부유한 나라에서는 애완견이 유기농 음식을 먹는데,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는 쓰레기통에 남은 음식을 뒤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입니까?”
유니세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일 2만 여 명의 어린이들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다.
보 추기경은 “이는 엄청난 숫자의 학살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테러”라면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도덕적으로 엄청난 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의 교회와 정부, 모든 지도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범을 따라 ‘경계선’으로 나아가면 이 세상의 가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 추기경은 “예수는 우리의 헐벗고 굶주린 이웃이기 때문에, 성체성사와 가난 문제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성체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성체성사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행사”라면서 “예수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진실한 선물이며, 성체는 우리에게 꿈이자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 추기경은 필리핀 국민들의 신앙심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히고 “수많은 자연재해들이 필리핀의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필리핀 국민들의 신앙은 오히려 더 굳건해졌다”고 격려했다.
# 보 추기경은
살레시오회 출신으로 1976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6년 미얀마 라시오지목구장에 임명, 1990년 주교품을 받았다. 1996년 파테인교구장직을, 2003년 양곤대교구장직을 맡았다. 2015년 1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미얀마교회 최초의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미얀마 군정에 대항해 민주주의 부활 등 사회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높여, 국민들로부터도 높은 신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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