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많은 학생과 이곳 아이들은 목표가 다를 뿐, 많이 닮아 있었다. 자신의 밝은 미래를 위해 스펙이라 불리는 무언가를 마련하고, 이력서에 단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분주하게 살아가는 한국 학생들이 있다면, 이곳 아이들은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고, 가족과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캄보디아에는 꿈이 있는 아이가 소수라는 것. 최소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을 세계 여러 곳에서 연수과정을 꿈꾸는 한국 학생들과는 다르게 단 하루의 시간도 공부나 기술을 배우는 일에 할애할 여유가 없는 캄보디아 사람들. 그만큼 먹고살기 힘든 곳이다.
한국외방선교회(총장 김용재 신부)는 성소국 주관으로 2월 3일부터 2월 11일까지 8박9일간 캄보디아 선교체험단을 꾸려 현지서 본당 사목과 NGO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선교사제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앞으로 2회에 걸쳐 캄보디아 선교체험단과 한국외방선교회 캄보디아 지부 선교사제들의 활동상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코미소(KOMISO)
2009년 문을 연 코미소 직업기술학교(KOMISO·담당 김명동 신부, 이하 코미소). 한국외방선교회(Korean Missionary Society)의 영문 표기 앞자리 두 자씩을 따 붙인 이름이다. 이번 선교체험단 16명 중 7명인 여학생 모두가 코미소 여자기숙사에 머물며, 선교체험과 봉사활동, 문화교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선교체험 마지막 날인 2월 10일에는 참가자 전원이 코미소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하는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축하의 노래를 불러줬다. 졸업생들에게 한국에서 준비해간 작은 선물도 건넸다.
코미소팀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코미소 남녀 학생 17명과 삼시세끼를 함께 먹었다. 또 졸업식을 앞두고 대청소도 마쳤다. 8일 설날에는 직접 떡국을 만들고 잡채 등 한국 고유의 음식도 나눠 먹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활동보다는 코미소 학생들과 잘 어울려 지냈으면 좋겠다는 김명동 신부의 제안에 낯선 환경에서도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려 노력했다. 먼저 코미소팀은 4일부터 3일간 매일 언어교환교육 시간을 가졌다. 각국의 언어를 매일 20문장씩 알려주고 배웠다. 서툴지만 “쭘닙 쑤어~”(안녕하세요)하며 인사하고 언어교환교육 때 미처 배우지 못한 부분들은 손짓 발짓으로 서로에게 다가섰다. 6일 하루는 재봉공방(담당 이범석 신부)에서 톱질부터 재봉틀 청소까지 일손이 필요했던 부분을 말끔히 해치우고, 공방 교육생들과 짝을 지어 옷을 만들어 나눠 입었다.
코미소팀 김소희(체칠리아·21·수원 권선동본당)양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으로도 통하는 우리를 보면서 매우 기뻤다”며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더 나은 환경에서 살면서도 불평했던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2001년 처음으로 캄퐁참 지목구에 선교사제를 파견한 한국외방선교회는 코미소를 세우고 공식적인 NGO 활동을 시작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을 체감하고, 2004년 김지훈 신부(안식년)를 파견했다. 김 신부는 메리놀외방전교회의 도움으로 현지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 메리놀회는 에이즈 환자들을 돌보며 빈민사목을 중점으로 펼치고 있었다. 김 신부는 2008년 프놈펜시 외곽 ‘언동마을’에 집 한 채를 빌려 코미소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듬해 지금의 자리에 한국어, 영어를 비롯한 오토바이 수리반과 미용반, 재봉반 등 캄보디아인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직업기술학교 ‘코미소’를 세우게 됐다.
가난이 계속되는 곳 ‘언동마을’
코미소팀은 2월 7일 주일 오전 8시 프놈펜 트마이 사목센터에서 크마에어로 봉헌되는 주일미사를 참례했다. 프놈펜 트마이 사목센터 주임 리(Ly)신부가 한국에서 선교체험단이 온 것을 신자들에게 소개했고, 100여 명의 신자는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내줬다. 미사를 봉헌한 코미소팀은 인근에 있는 빈민촌 ‘언동마을’을 방문했다.
차로 1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언동마을. 현장에 도착한 청년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참했다. 온통 쓰레기가 굴러다녔고, 이곳저곳에 고여 있던 물은 대부분 썩어 있었다. 코미소 직원인 짠(HY Chan)씨의 설명을 들으며 마을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악취가 심한 곳도 있었고, 우기를 대비해 바닥에서 1미터 가량 공중에 띄워 나무판자를 깔아놓은 길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발이 빠져 넘어질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있었다.
김수연(클라라·21·광주대교구 남악본당)양은 “낯선이들의 방문에도 밝게 맞이해준 언동마을 주민들이 너무 고마웠다”며 “그들의 소박하고 순수한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지만, 캄보디아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직접 보게되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전했다.
아무렇게나 소변을 보는 남자아이들, 언제 감았는지 알 수 없는 머리 모양을 한 여자아이들. 아이들 모두가 무척이나 밝게 웃고 있었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들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참가자 몇몇은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선물하기도 했다.
언동마을 사람들은 아파도 약을 처방받거나 치료받을 돈이 없기에 아프면 무작정 집에서 쉬기 일쑤라고 했다. 정기적으로 의료봉사팀이 다녀가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코미소 클리닉도 언동마을을 비롯해 캄보디아 전역으로 의료봉사에 나서고 있다. 또 한국의 NGO 단체 ‘캄보디아 친구들’은 김지훈 신부와 협력하며 코미소 클리닉을 도와 방문 의료서비스를 하며 예방교육을 펼치고 있다.
홀로서기
6개월 과정으로 1년에 두 번 교육생을 모집하는 코미소 직업기술학교는 개교 후 3년간은 학기당 60~70명의 학생이 배출됐다. 요즘은 캄보디아 전역에서 찾아오고 있으며, 수료생들의 추천으로 입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학기당 평균 20~30여 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10대 후반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20대 청년들도 있다. 올해 상반기 미용반 입학예정자 4명 중에는 30세를 훌쩍 넘긴 이들도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제대로 기술을 배워 돈벌이하겠다고 찾아온 이들이다.
이처럼 스스로 배움을 택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 이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많은 사람이 정규 교육보다는 하루에 1달러라도 벌어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가난하기에 대안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코미소 직업기술학교는 기술만 가르치지 않는다. 매일 기술교육에 앞서 도덕, 윤리 등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지키고 기억해야 하는 것들, 창업이나 직원으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 등 기본적인 인적 소양부터 단계적으로 만들어주고자 하는 선교사제들의 뜻이 담겨 있다.
5개월 반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교육생들은 코미소에서 지내면서 기본적인 기술부터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있다. 재봉반의 경우 재봉공방을 운영하면서 2년 과정으로 교육 기간을 늘렸다. 재봉반 학생들은 오토바이수리반과 미용반 학생들과 함께 기초과정을 수료하고 프놈펜 시내에 있는 재봉공방에서 생활하며 심화 교육을 받게된다. 공방을 찾는 여러 손님들의 체형과 스타일 등 다양한 실습이 가능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공방에서 심화 과정까지 마친 학생들은 실제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고향에서 의상실을 운영하고 있다.
코미소 직업기술학교 담당 김명동 신부는 올해 안에 오토바이 수리반과 미용반 학생들도 재봉공방과 같이 심화 과정을 이어갈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코미소를 거쳐 간 학생은 420여 명 정도. 그중에 150여 명이 코미소에서 배운 기술로 새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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