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출신의 조나단 메이나드(Jonathan Maynard·25) 군은 장차 서울대교구 사제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한국과의 인연이라고는 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운 기억뿐인 그가 한국서 사제가 되려는 것은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 이탈주민들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계기는 김정일 사망 후 언론 등을 통해 접한 북한 사람들의 비참한 생활상이었다. 기도 중에도 그들 모습이 계속 마음을 두드렸다. “이들을 위해 무언가 기여할 바가 없을까” 고민하던 중 사제로서의 삶을 떠올렸다.
구체적으로는 1년여 전 프랑스 남부 한 소도시에서 중학교 영어 교사를 하던 중 만난 브라질 선교사들이 결심을 굳히게 했다. 적극적으로 신자들과 소통하며 영적 지도를 하는 선교사제들을 보면서 ‘나도 사제가 되어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사실 이전에는 한 번도 사제의 길을 생각해 보지 않았단다. 열심한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했음에도, ‘사제’를 떠올릴 때, ‘사제관에서 조용히 기도만 하는 이들’이라는 오해도 컸다. 부모님들은 한국 ‘분단 상황’을 염려하면서도 사제가 되겠다는 그의 뜻을 존중하고 환영해 주었다.
조나단 군은 계획 실행을 위해 먼저 인터넷 온라인상으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연락을 취했고 학교를 통해 교구 성소국장 조재형 신부를 이메일로 만날 수 있었다. 여러 차례 메일이 오고 간 후, 교구 측에서도 한국교회에 봉사하고 싶어 사제가 되기 원하는 조나단 군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해 11월 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조나단 군은 현재 예비신학생 기숙사에 머물며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지금 최대 고민은 한국어 공부. 2월 13일 열렸던 예비신학생 첫 모임을 다녀와서 더욱 걱정이 늘었다. 동기들과 자신의 성소를 함께 나누고 싶은데, 아직 의사표현이 능숙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다. 시카고대학에서 ‘로맨스어’(라틴어에서 발달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를 전공한 그는 프랑스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말할 수 있고, 스페인어도 웬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어학에 남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다. “한국어 문법 익히기도 ‘게임’이나 ‘퀴즈’를 풀어가듯 흥미롭다”라는 그이지만, “생활을 위해 학원 강사도 하고 있는 실정이라 집중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넉넉지 않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입시 위주 교육에 찌들어 있는 한국 청소년들 삶을 돕는데도 관심이 많다는 그. 자신 역시 명문 대학인 시카고대학을 다니며 학업 스트레스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함께 나눌 얘기가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예비신학생으로서, 올 한 해는 ‘겸손’과 ‘인내’를 배우고 싶습니다. 신학생이 되어 사제성소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성 김대건 신부님과 정하상 바오로 등 한국 성인들에게 기도합니다. 함께 기도로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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