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2월 22일)은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를 선택해 교회의 으뜸으로 세우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는 시몬을 사도 중 으뜸으로 삼아 베드로, 반석으로 부르고 그 위에 교회를 세울 것(마태 16,18)이라며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셨다. 교황들은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베드로와 마찬가지로 교회 안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는다. 하지만 이처럼 베드로와 그 후계자인 교황이 최고의 권위를 행사할 때, 함께 생각해야 할 요소가 있다. 주교단의 ‘단체성’(collegiality)과 교회의 ‘공동합의성’(synodality)이다.
이 두 개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론과 교회 규범에서 자주 등장했고,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통치와 교회 쇄신에 있어서 키워드이기도 하다.
‘단체성’은 단장인 교황을 머리로 하는 주교단의 신학적, 법적 성격을 이른다. 이와 관련해 교회의 중앙집권적 통치와 분권화의 문제가 제기된다. 즉, 로마 중심의 중앙집권적 교회 통치에서 벗어나, 분권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청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왔다. 특히 제3세계 주교들은 주교 임명, 교황청 문헌 작성, 전례문 번역 등에 있어서 지역교회의 폭넓은 자율성을 요구해왔고 많은 추기경들이 이에 동의했다.
이탈리아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은 1999년 주교시노드 유럽 특별총회에서 “주교단의 단체성을 더 폭넓게 구현함으로써 교회는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호세 사라비아 마르틴 추기경은 2005년 콘클라베 전 추기경 회의에서도 단체성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저스틴 리갈리 추기경 역시 당시 새 교황이 공의회 정신 실현에 힘쓸 것을 기대하면서, 특히 교회 통치에 있어서 주교단의 단체성 구현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동합의성’에 대한 논의는 항상 ‘단체성’과 발걸음을 함께한다. 2014년 12월 1~5일, 교황청 신앙교리성 국제신학위원회 회의는 ‘공동합의성’을 현대교회의 가장 중요한 신학적 쟁점 3가지 중 하나로 꼽았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주교시노드 제도가 마련되면서 이 주제가 급부상하게 됐다”면서, “이 용어는 시노드 자체를 넘어서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삶에 적용되는 교회적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0월 17일 주교시노드 50주년 행사에서 그 중요성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교황은 “교회의 공동합의성 여정은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 교회에 원하시는 것”이고 “시노드적(synodal)인 교회는 ‘듣는 교회’로서 먼저 풀뿌리 하느님 백성에게, 최종적으로는 친교와 일치의 최고 보증자인 교황에게 귀 기울이는, 역피라미드형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황은 두 차례의 가정 주제 시노드에 앞서 광범위한 풀뿌리 설문조사를 통해 가정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는데 주력했다.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의 가정 관련 주교시노드는 교회의 존재 양식을 드러내는 표지로서의 공동합의성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교황은 나아가 교계제도를 수직적인 신분 구조로 잘못 이해한다면 교회의 ‘공동합의성’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교회 구조는 위아래가 바뀐 역피라미드 형태이고, 이것이 성직이 봉사의 직분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결국 두 가지 개념은 공의회 정신을 현대교회에 구현하는, 교회가 지향해야 하는 실존적 존재 양식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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