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유룡 신부(1900~1986)는 한국교회를 세운 우리 신앙의 선조, 한국 순교자들의 얼을 이으며 한국적인 수덕생활을 하는 수도회,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와 한국순교복자수녀회를 창설한 영성가다.
서울대교구 사제였던 방 신부는 순교자적인 정신을 실천해 더 완전한 신앙생활과 더 완전한 구원에 참여하고 자신과 이웃을 성화시키는데 뜻을 뒀다. 이후 1946년 개성에서 한국순교복자수녀회를 설립한 그는 6·25전쟁이 끝나고 1953년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도 창립했다.
방 신부는 한국적, 동양적인 심성으로 그리스도의 신비를 직관하고 일생 이 신비를 수도 생활을 통해 체득하면서 수도회의 영성을 갖춰나갔다.
한국인들의 원초적인 종교심을 바탕으로 유교·불교·도교의 영적 전통을 녹여 순교자들의 영적 여정을 따르는 영성을 형성한 것이다.
방 신부는 면형무아(麵形無我)의 삶을 봉헌하는 영성을 수도회의 영성으로 삼았다.
면형무아는 밀떡의 형상, 즉 면형이 실체를 비우고 성체(聖體)가 되듯이, 성체와 같이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며 매 순간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면형무아의 삶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점성(點性), 침묵, 대월(對越)의 영성을 실천할 것을 가르쳤다.
점성은 면형무아를 이루는 기초로 점(點)의 성질에서 나온 영성이다. 가장 작으면서도 모든 것의 시작과 마침을 이루는 점처럼 자신을 낮추는 비움과 점처럼 작은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지나치지 않는 겸손함을 말한다.
침묵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과 하나 되는 데 방해되는 모든 것을 죽이는 순교를 말한다.
방 신부는 침묵을 위한 길로 분심잡념을 물리치고, 사욕을 억제하고, 용모·언사·태도를 성화하고 양심불을 밝히고, 자유를 천주께 바쳐 주님 뜻을 따르는 완덕오계를 주창했다.
대월은 영혼이 하느님을 만나 하느님의 현존 속에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방 신부는 수도생활이 바로 대월생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월은 단순히 관상의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언제 어디서나 사랑이신 하느님을 느끼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뜻한다.
방 신부가 창립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경기도 이천에 국내 최초로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존중한 개방형 병원인 성안드레아신경정신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경기도 여주에 수원관구를 두고 본당선교, 해외선교, 친환경 농사, 사회복지기관, 교육 등 다양한 사도직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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