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계 거장 고(故) 로린 마젤에게 발탁돼 2014년 뮌헨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성공적인 협연을 이끌며 세계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았던 피아니스트 윤홍천(시몬·34)씨.
‘독일인 보다 더 완벽한 작품 이해’라는 평을 받은 슈베르트 독주 음반으로 독일 바이에른주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젊은 예술가상’(2011년)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포함한 3개 음반이 최근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면서 현지 평가대로 ‘젊은 거장’ 차세대 피아니스트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지난해 고국에서의 정식 첫 독주회, ‘8인의 피아니스트’ 등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한 그는 주 무대인 유럽에 돌아가서도 왕성한 활동으로 2016년을 열고 있다. 이메일 인터뷰로 근황을 들어보았다.
지난 1월 30일 독일에서 뮌헨 챔버 오케스트라와 스코틀랜드 태생의 작곡가 제임스 맥밀란(James MacMillan) 피아노 협주곡을 초연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고 말문을 연 윤홍천씨.
올해 그의 일정은 유럽에서 더 활발할 듯하다. 4월부터 클라니넷티스트 자비네 마이어와의 독일 투어가 예정돼 있고 7월에는 베를린 도이치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일정이 마련돼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5년 장기 프로젝트, 독일 음반사 욈스 클래식과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18곡) 녹음도 진행 중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유학을 떠나 오랫동안 유럽에서 공부했던 그는 상대적으로 한국 무대에 설 기회가 적었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피아니스트’란 평이 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양 음악가들이 소화하기 힘든 레퍼토리를 잘 연주한다는 현지 평가들이 나왔어요. 이런 의견은 동양계 피아니스트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데 많은 힘을 실어 주었죠.”
완벽한 테크닉과 뛰어난 감수성으로 ‘피아노 시인’이란 평을 듣고 있는 그는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하는 음악가’를 자주 강조해 왔다. 그가 생각하는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은 어떤 것일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신앙, 사랑, 그리고 예술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예술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요.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이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음악은 더욱 상품화 포장화 되어가고, 음악가는 계산적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소중한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 같은 음악,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씨에게 피아노는 ‘늘 자신을 비추어 보는 거울’ 같은 존재다. 그 배경에는 “매일 마음과 감성을 보살피는 음악인들이 더 아름다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을 안다는 느낌, 또 가고 싶은 길이 보이는 듯하다는 그. 삶의 연륜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빚어진 자신의 ‘개성’을 이제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다고 했다.
“어떤 피아니스트로 기억되는 것 보다, 제 ‘음악’이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그의 음악은 늘 솔직했고 인간적이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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