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래식 음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셨던 아버지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1960~70년대 국내 음악계의 유일한 연주자 겸 교수로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던 노고를 가족과 제자들과 함께 되새겨 보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국내외에서 정상급 연주가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그레고리오·에라토 앙상블 음악감독·서울 광장동본당)·첼리스트 양성원(요셉·연세대 교수·서울 광장동본당) 형제가 국내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인 부친 양해엽(기욤·서울 광장동본당) 전 서울대 교수의 미수(米壽·88)를 맞아 헌정공연을 마련한다.
3월 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양해엽 선생께 헌정하는 사랑의 콘서트’는 양성식·양성원 형제를 비롯해 양해엽 교수 제자이자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김다미씨,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 오케스트라, 에라토 앙상블 등이 꾸미는 무대다.
양해엽 교수는 6·25 전쟁 직후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과 오스트리아 빈 음악대학에서 유학하며 19세기 바이올린의 거장 조셉 요아킴(Joseph Joachim)과 20세기 바이올린 교육의 왕자 카를 플라이쉬(Carl Flesch)에 이르는 바이올린 학파의 정수를 이어받았다. 이후 서울대, 이화여대, 프랑스 말메종 국립음악원에서 교수를 역임하며 정경화·김남윤·피호영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린계의 거장들을 포함,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는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양국 문화예술교류와 홍보에도 기여했다.
양성식·양성원 형제는 양해엽 교수의 4남매 중 장남과 차남이다. 양성원 교수 부인 김은식(막달레나·벽산장학문화재단 사무국장·연세대 출강)씨도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등 양 교수 가족은 손꼽히는 음악 가족이다. 양성원 교수는 “우리가 지금 음악가의 길을 가고 있지만 그야말로 ‘음악’이 전부이셨던 아버지 모습과 비교할 때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아버지만큼 음악을 사랑하는지, 진지한 교육자인지, 진지한 음악가인지 자주 질문을 던진다”고 선배 음악가이기도 한 아버지에 대해 존경심을 드러냈다.
양성식 감독은 “유럽의 정통 바이올린 대가들에게 배우셨던 만큼, 연주에서 항상 내실과 탄탄한 기초를 강조하셨다”고 덧붙이고 “겉포장과 외양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요즘 현실에서, 그러한 기본기의 중요성을 젊은 음악도들이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현악협회가 후원하는 헌정 공연은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 비발디의 ‘4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 등이 올려진다. 이 중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는 양성식·양성원 형제가 함께 연주한다.
양해엽 교수는 이날 소책자 형태로 엮은 회고록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의 02-515-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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