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방선교회는 2001년 2월 해외선교사제 파견미사를 통해 캄보디아에 2명의 선교사제를 처음으로 파견했다. 현재 쁘레이벵 본당(주임 김주헌 신부), 끄로체 본당(주임 이창원 신부), 스텅뜨렝 본당(주임 김낙윤 신부), 라타나끼리 본당(주임 박서필 신부) 등 캄퐁참 지목구에 4명의 선교사제를 파견하여 본당사목을 하고 있으며, 코미소(KOMISO)를 통해 김명동 신부, 김지훈 신부(안식년), 이범석 신부가 NGO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지서 말공부 중인 윤대호 신부는 조만간 프놈펜 교구에서 사목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외방선교회 캄보디아지부장 김주헌 신부는 “교세를 키우는 것만이 선교가 아니다”며 “이들 문화 안에서 서로 교감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또한,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1975년 창설된 한국외방선교회는 캄보디아를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북·중미 지역 등 전세계로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있다.
‘쁘레이벵’ 본당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100여㎞ 떨어진 ‘쁘레이벵’(Prey Veng). 관광 자원이 없어 외국인의 왕래가 많지 않은 작은 도시지만, 캄보디아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조용한 곳이다. 이곳에는 캄퐁참 지목구 소속 쁘레이벵 본당이 있다.
매일 아침이면 귀여운 꼬마 아이들이 성당 마당으로 들어와 수줍게 인사한다. 본당에서 운영하는 유치원 원생들이다. 본당이 유치원을 운영하면서부터 지역 주민들의 마음도 한층 열렸다. 이번 선교체험단 16명 중 9명인 남자 청년들은 두 팀으로 나눠 쁘레이벵 본당과 스텅뜨렝 본당에서 지내며 기숙사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쁘레이벵 본당에는 곽경훈, 한승우 신학생이 청년 5명과 함께 짐을 풀었다. 그리고 본당에서 운영하는 쩜라은 뷔찌어 고등학교(Chamreuon Vichea High School) 교문과 외벽 담장 페인트 작업을 책임지기로 했다. 한낮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의 작업이라 쉽지만은 않았다. 일과를 마친 후에는 기숙사 학생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친교를 나눴다. 2월 7일 주일에는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베트남 공동체를 방문하기도 했다.
쁘레이벵 본당은 쩜라은 고등학교 외에도 성당 내에 남학생을 위한 기숙사(정원 10명)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여학생들이 지낼 수 있는 기숙사를 작게나마 만들어 4명의 여학생이 지내고 있다.
‘스텅뜨렝’ 본당
캄보디아 북동부, 라오스와 접경지역에 있는 스텅뜨렝(Stung Treng). 프놈펜에서 300여㎞ 떨어진 곳이지만 길이 좋지 않아 차로 10시간 가량 가야되는 곳이다. 4일 오전 일찍 프놈펜 시내에서 본당으로 출발한 스텅뜨렝팀은 해질녘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천영수 신부(본원장) 인솔로 참가 청년 4명이 함께한 스텅뜨렝팀은 본당으로 가는 길에서부터 선교사로서 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본당에서 하루밤을 지낸 스텅뜨렝팀은 기숙사 학생들과 만나, 말은 통하지 않지만 시장에서 함께 장을 보고 음식을 해서 나눠 먹었다. 또 성당 마당에 있는 놀이터를 보수하고, 기숙사 학생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등 짧지만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장보석(요한 세례자·23·서울 무악재본당)군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선교와 현지에서 선교사 신부님들이 사목하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며 “현지인들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모습에 ‘선교’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에서 배움이란
쁘레이벵 본당에서 4㎞ 떨어진 곳에 있는 쩜라은 고등학교. 아이들 눈에는 정말로 빛이 났다. 2009년 문을 열고 과학과 기술을 중점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쩜라은 고교 학생들은 오후 5시가 되어야 집으로 돌아간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점심시간 전에 하교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쩜라은 고교는 지역에서 명문으로 통한다. 일반 학생들 중에는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로 가거나, 못가는 학생이 있다. 이유는 봉급만으로는 생활이 힘든 교사들이 오전에는 학교 선생님, 오후에는 사설 과외 강사가 되기 때문이다.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을 정규 수업시간에 알려주지 않아, 과외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의 학생들만 성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중학교까지가 의무교육인 캄보디아. 하지만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아이들이 학교에 못가는 가장 큰 이유는 ‘가난’ 때문이겠지만, 또 다른 하나는 부모들이 ‘폴 포트’(Pol Pot)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일 것이다. 1975년부터 5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한 폴 포트는 당시 캄보디아 전체 인구 3분의 1인 200만 명을 학살했는데, 우선적으로 처형한 이들이 지식인들이었다. ‘글을 읽을 줄 안다’ ‘안경을 썼다’ ‘외국어를 할 줄 안다’ 등의 이유로 처형했다. 그 결과 캄보디아인들은 배움이 죽음과 연결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모들이 자녀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고,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배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던 아이들, 캄보디아의 미래는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후원 및 성소문의 02-3673-2525 www.kms75.or.kr 한국외방선교회
▲ 2월 10일 열린 코미소 직업기술학교 하반기 졸업식 후 졸업생과 한국외방선교회 캄보디아지부 사제단, 선교체험단 젊은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한국외방선교회 성소국장 조대윤 신부
“한국 청년들, 힘들더라도 희망 잃지 말길”
“오늘날 취업난 등으로 자포자기하는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선교체험이라는 명목이지만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그 안에서 힘을 얻고, 삶의 방향성을 찾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교체험단을 이끌고 떠나게 됐습니다.”
올해로 4번째 캄보디아 선교체험단을 이끈 조대윤 신부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또 짧은 시간이지만 선교사제들의 삶을 직접 보면서 자신의 성소를 식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조 신부는 “현지인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선교사제의 삶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갔으면 한다”며 “말뿐인 선교가 아니라 삶 자체로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선교’를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