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만난 깡마른 체구의 김정민(가명·마태오·41)씨. 누가 보더라도 병색이 짙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만큼 이미 그의 얼굴은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김씨는 열심히 살았다. 중학생 때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 대신 생계를 책임졌던 어머니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보태던 그였다. 지금의 아내 권미정(가명·라파엘라·39)씨를 만나 결혼했고, 둘도 없이 소중한 아들도 태어났다. 가난했지만 열심히 일하며 자식을 키우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살고 있었다.
행복했던 가정에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건 2010년. 소화불량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던 그에게 간경화 진단이 내려졌다. 이식 수술이 필요했지만 수술비와 기증자 문제로 가족들에게 오히려 상처만 받았다.
김씨의 누나는 기증검사를 했지만 적합하지 않았고, 형은 기증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히려 김씨의 어려운 형편을 뻔히 알면서도 부모님의 생활비를 보태라고 요구했다. 김씨 부부는 “임대아파트 관리비도 못 낼 지경인데도 배려해 주지 않는 가족들의 말에 마음의 상처가 더 컸다”고 밝혔다.
결국 수술도 받지 못한 채 김씨는 그저 버텨 보기로 했다. 실직이 두려워 회사에 건강문제를 알리지 않았지만 일을 제대로 못 해 쉬는 날이 많아졌고, 살림은 더 쪼들릴 수밖에 없었다. 증세가 더 악화되면서부터는 회사에도 알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 휴직신청은 했지만 사실상 실직상태다.
설상가상 2년 전부터 아들에게도 병이 생겼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의 병명은 뇌전증. 밤마다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아내 권씨는 밤을 새우기 일쑤다. 다행히 약물치료만 잘하면 나을 수 있다지만 자꾸 늘어만 가는 병원비와 약값을 감당하기 힘들다.
권씨는 “그래도 하느님 뜻이 있으실 거라 믿고 기도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아이마저 아파 하느님을 원망하기까지 했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죽을힘을 다해 버티던 김씨에게도 한계가 왔다. 지난 1월 복수가 차고 부종 증상이 생겨 간이식 수술이 시급한 상황에 이른 것. 김씨는 이대로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마음을 고쳐먹었다.
“운동회 때 아들 손잡고 달리기 한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아내 말에 다시 용기를 냈어요.”
이런 남편을 위해 아내 권씨는 자신의 간을 이식해 주기로 결심했고, 3월 중순 수술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당장 3000만 원가량의 수술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 권씨가 특수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며 버는 100만 원으로는 매월 김씨와 아들의 치료비, 임대료와 대출이자를 갚기에도 역부족이다. 이식 수술 때문에 다음 달이면 권씨도 일을 할 수 없게 돼 그마저도 벌지 못한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권씨는 신앙에 의지하며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운동회에서 아들과 함께 달려보고 싶은 소박한 꿈이 이뤄지길 바라며 김씨 부부는 오늘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는다.
“지금껏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며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분명 하느님께서 길을 열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성금계좌※
대구은행 069-10-004843 예금주 (복)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모금기간: 2월 24일(수)~3월 15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53-253-9991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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