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 식은땀까지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딸. 그 딸의 수술방을 따라 들어가겠다고 사생결단으로 나서는 엄마. 병원 측 규정이라고 절대 수술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직원들의 완강한 모습. 눈 내리는 겨울 밤, 시골 병원의 응급실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자매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울고, 자매님도 울었습니다.
“수술실 앞에 처음 서 본 엄마는 당신이 옆에 있으면 내가 결코 죽지 않을 거라 생각을 했대요. 행여나 내가 죽더라도 엄마가 다시 살리겠다는 심정으로 수술실에 들어가려고 했대요!”
“대단하시다. 정말, 자식에 대한 어머니 마음은 말로 설명이 안 되네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눈물을 닦으시던 자매님은 빙그레 웃으시더니, “그 때 너무 아파서 기억은 안 나지만, 엄마가 완강히 버티셨나 봐요. 그러니까 병원 측에서 결국 허락을 했어요.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지만, 옛날 시골 병원은 가능했나 봐요. 그래서 저는 수술실로 먼저 들어갔고, 병원 측에서는 엄마에게 눈만 빼고 온 몸에 소독한 수술복을 입혔고, 엄마는 수술실 안에서 들어가서 내가 수술하는 과정을 울면서 지켜봤대요. 사실 엄마도 비위가 약하신 분인데, 수술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고 지켜봤대요. 사실 나도 그때 이런 생각은 들었어요. ‘엄마가 옆에 있으니 수술실에서 나를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겠구나!’ ‘엄마가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나를 꼭 살리겠구나.’ 그러다 눈을 뜨니 수술은 다 끝났고, 엄마는 밤새 내 손을 잡고 버티다 잠이 들어 있었어요. 병실 밖에서는 아빠와 큰 오빠,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가 자고 있었고요. 내가 몸을 꿈틀대니 화들짝 놀란 엄마가 깨는 거예요. 그리고 첫 마디가 “괜찮나? 아이고, 우리 딸 살았다. 살았어.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이고, 우리 딸, 아이고 내 딸, 이제 살았다, 살았어.”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병실 안에 있는 다른 환자들도 다 깨고, 병실 밖에 있는 아빠, 큰 오빠, 작은 엄마, 작은 아빠도 병실로 뛰어 들어오더니, 살아난 내 모습을 보고 서로 얼싸안고 그랬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에는 병실 안에서 가족들이 환자 때문에 요란을 떨어도 누구 하나 뭐라고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오히려 다른 보호자들도 잘됐다고, 축하를 해 주었어요.”
나는 자매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다가, 웃다가, 또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자매님은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사실, 맹장염이면 아무 것도 아닌데…. 그런데 내가 아프니까 엄마는 같이 아팠던 것 같아요. 그 후에 퇴원해서 집에 가는 동안 엄마에게 물었어요. ‘내 맹장을 봤냐고’ 그러자 어머니는 그냥 웃으시더니 아무 말씀이 없는 거예요. 그 후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수술이 다 끝나고, 의사 선생님이 떼어낸 나의 맹장을 엄마에게 보여주니 화들짝 놀라면서 도망가더래요. 그 순간, 아빠는 나의 수술이 끝나자 예전 엄마로 다시 돌아왔다고, 마음 약하고, 비위가 약한 엄마로 돌아왔대요. 딸이 아프니까 오로지 딸을 살리겠다는 마음뿐인 엄마. 하지만 수술이 끝나자 마음 약한 여자로 돌아온 우리 엄마. 그 후로 나는 두 번 사는 인생이다, 생각해서 엄마가 나를 살린 것처럼 나도 남들 도와주는 일을 하고 살겠고 살다보니 이렇게 살아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하느님은 당신의 그 크신 사랑을 ‘자식을 향한 어머니 마음 속에 감추어 두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분, 어.머.니!’ 가끔 하느님 마음을 묵상하다 보면, 어머니 사랑이 어쩌면 하느님 사랑을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처럼 자식을 향한 어머니 사랑이 살아있다면, 이 세상은 반드시 하느님 사랑을 닮은 곳이 될 거라 확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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