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일 복음은 돌아온 탕자를 기쁘게 맞으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비의 희년에 어울리는 복음입니다. 입당송은 자비로운 아버지를 모시는 자녀들이 얼마나 기쁜지를 노래하는데, 사순시기 가운데 기쁨을 노래한다고 하여 오늘을 전통적으로 ‘장미주일’이라 부릅니다. 장미주일은 사순시기가 자비로우신 아버지와 함께 기쁘게 살아가기 위한 시기임을 되새겨 줍니다. 그러면 오늘은 복음 말씀에 초점을 맞추어 묵상합시다.
오늘 복음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세리들과 죄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가까이 모여들자,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저 사람은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또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군”하고 투덜댑니다(루카 15,1-2). 예수님은 여러 가지 비유로 그들에게 말씀하시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입니다. 이렇게 보면 비유 속 첫째 아들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상징하고, 아버지 가산을 탕진하고 후회하며 돌아오는 둘째 아들은 세리들과 죄인들을 상징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세리와 죄인들을 너무나도 싫어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기꺼이 맞아들여 그들과 음식을 먹으며 잔치를 벌이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은 못 마땅해합니다. 비유 속 큰아들의 대사는 그들의 생각을 대변합니다. “저는 여러 해 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 마리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 아버지의 가산을 들어먹은 저 아들이 오니까, 살진 송아지를 잡아 주시는군요.”
그들을 향해 예수님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이 말을 듣고 큰아들인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복음서의 비유는 큰아들의 반응을 언급하지 않지만 우리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결국 예수를 죽음에 몰아넣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오늘 복음은 작은아들이 아니라 큰아들을 겨냥한 복음입니다. 죄인이 아니라 죄인을 받아들이고 용서해야 하는 이들이 들으라고 적은 내용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라고 외치면서도 다른 이들 앞에서 의로운 척하며, 자신 이외의 사람들을 모두 죄인으로 몰아붙이는 우리들이 들으라고 적은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아버지의 자비로우심을 다시 한 번 되새기도록 합시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 역시 자비로운 사람이 됩시다. 죄를 그냥 없었던 것으로 덮어 주자는 말이 아니라, 죄인이 돌아와 용서를 청하면 자비를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자는 말입니다. 이것이 이번 사순시기 동안 우리들이 살아 내어야 할 모습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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