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서 염 추기경 주례 미사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서울 명동주교좌대성당에서 개막미사를 주례했다. 이날 미사는 총대리 조규만 주교, 30여명의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했고, 1600여명의 신자들이 참례해 성황을 이뤘다.
염 추기경은 “오늘날 한국교회는 여러 박해의 시기에 생명을 바쳐서 신앙을 증언한 무수한 순교자들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면서 “우리는 먼저 이 땅에 순교자들을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순교정신을 이어받고자 다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150년 전 교회를 뿌리 채 뽑으려던 병인박해를 되돌아보며, 다시 우리 교우들의 첫 마음을 배워, 우리 모두 순교자의 믿음을 본받아 이웃을 위해 다 내어주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덧붙였다.
특히 염 추기경은 선교사들이 성사와 미사를 위해 상복을 입고 위험한 길을 건너오고, 교우들은 공소예절을 위해 먼 길을 나서는 한편 입에서 입으로 교리를 외워서 전하던 순수한 그 때를 기억할 것을 당부했다. 또 “바로 여기에 한국교회의 저력이 있음을 오늘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염수정 추기경이 2월 23일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병인년 순교 150주년 기념의 해 개막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약현성당, 약초로 장식한 자비의 문
같은 시간, 중림동 약현성당에서는 서울대교구 동서울지역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 주례로 병인년 순교 150주년 기념의 해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중림동 약현성당은 병인박해에 많은 순교자를 낸 서소문성지를 관할하는 성당이다. 약초밭이 많았던 지명이 그대로 이름이 된 약현(藥峴)성당은 특색 있게 약초로 ‘자비의 문’을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예식에는 1500명에 달하는 인파가 모여 병인년에 스러져간 순교자들의 뜻을 현양했다. 자비의 문 개문 후 신자들의 행렬 시간만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유경촌 주교는 “병인년 순교 150주년을 맞아 열리는 자비의 문을 통해 주님의 은총을 체험하고 자비의 복음에 귀 기울이자”면서 신자들에게 이날 예식의 의미를 짚어주고 신자들이 겉치레식 신앙생활에 머무르지 않도록 노력하길 당부했다. 이어 “이것이 바로 변화이고 회개”라면서 “나 스스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그 자비를 이웃과 나누는 행동의 변화야말로 오늘 우리가 장엄한 예식을 거행하는 깊은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림동 약현본당이 관할하는 서소문순교성지는 조선시대에 서소문 밖 형장이 위치했던 자리로 1801년 신유박해부터 많은 순교자가 난 곳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는 남종삼 성인, 전장운 성인 등이 이곳에서 순교했다.
▲ 유경촌 주교가 중림동 약현성당에 마련된 자비의 문에 입장하고 있다.
새남터 순교성지서도 미사 봉헌
한편, 병인박해 당시 베르뇌 등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프랑스 선교사 6명과 우세영 등 2명의 평신도가 순교한 새남터 순교성지에서는 서서울지역 교구장 대리 정순택 주교가 개막미사를 주례하고 자비의 문을 열었다. 서울대교구 지역 사제단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사제들이 공동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2500여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정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교회를 탄압하고 말살하려던 병인박해로 말미암아 수많은 순교자들이 피를 흘려야 했지만, 그 피는 이 땅에 천주교가 피어나는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순교선열의 후손들인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가치를 지키고, 물질주의, 소비, 향락, 성공지상주의 등을 거슬러 올라 참된 가치를 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주교는 “한국 천주교회가 우리나라 사회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면서 “한국사회 발전에 있어 교회의 역할 등에 대해 더욱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주교는 안중근 의사 의거 등 한국교회는 일제 치하에서 항일운동에 앞장섰고, 교육, 병원 등 각종 사회사업 등에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사회에 공헌했다고도 강조했다.
▲ 정순택 주교가 새남터 순교성지에서 거행된 병인년 순교 150주년 기념의 해 개막미사에 앞서 자비의 문 을 여는 예식을 하고 있다.
절두산 순교성지엔 2500여명 모여
중서울지역 교구장대리 손희송 주교가 개막미사를 주례한 절두산 순교성지에는 2500여명의 신자들이 모여들었다. 미처 대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자들은 성당 밖 마당을 빽빽하게 메워, 순교자들이 피를 흘린 뜻이 헛되지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 신앙인들에게 이어져왔음을 증명했다.
손 주교는 강론을 통해 편을 갈라 서로 미워하고 비난하는 오늘날의 사회 분위기를 꼬집는 한편, 어려운 상황에서도 애덕을 실천했던 우리 신앙선조들의 삶을 되짚고 “신앙인들이 굳건한 믿음과 확고한 희망으로 자비와 사랑할 때”라고 전했다. 특히 손 주교는 신자들에게 기도할 것을 강조했다. 손 주교는 “순교자들은 신앙의 영웅이지만, 동시에 그분들은 우리와 똑같은 보통사람이었다”면서 “이러한 보통사람들이 신앙의 영웅이 된 것은 기도의 힘”이라고 말했다.
절두산에서는 수많은 신앙선조들이 순교했지만, 이름이 남은 순교자는 29명에 불과하다. 현재는 절두산에서 순교한 13명에 대한 시복시성이 추진되고 있다.
▲ 손희송 주교가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병인년 순교 150주년 기념의 해 개막미사를 주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