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군 인장으로 봉인을 하고, 밧줄로 두 겹 세 겹 묶어두었던 돌문이 열려 있다. 무덤은 비어 있고 시신은 흔적도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메시아가 부활했다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사라진 시체를 찾아야만 한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 현장을 지휘하며 그 죽음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로마군 호민관 클라비우스(조셉 파인즈 분)는 부관 루시우스(톰 펠튼 분)와 함께 빌라도로부터 반드시 예수의 흔적을 찾아오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무성영화 ‘왕중왕’(1927년)을 비롯해 ‘최고의 이야기’(1965년)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2004년) 등 이전에도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소재로 한 영화는 있어왔지만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닌, 신을 믿지 않는 로마군의 시선으로 예수의 부활 사건을 따라가는 색다른 방식의 영화다.
25년간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며 군인 중의 군인으로 살아온 클라비우스는 자신과 전쟁의 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출세를 통해 권력의 중심인 ‘로마’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지시에 따라 시체 수색에 나선 그는 예수의 추종자들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그간 자신이 믿어왔던, 살아왔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련의 사건을 마주한다. 그리고 제자들을 쫓아 부활한 예수를 만나기 위해 갈릴래아로 향한다.
“왜들 그토록 그의 죽음을 원했을까” “그 나자렛인, 뭔가 좀 다르던가?” “부활 의미는 뭐지?” “이게 정말 진실인지… 모든 걸 걸어도 되는지….”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목적 없이, 단지 군인으로서 예수의 시신을 찾아 나선 클라비우스가 그 과정 속에서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고 직설적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정곡을 찌른다. 신앙인들은 자신의 믿음을 잠시 되돌아보게 되고,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도 한 번쯤 던져봤을 법한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의적 로빈 후드’, ‘워터 월드’ 등 큰 스케일의 역사극 연출에 뛰어난 장기를 보였던 감독은 부활 이야기와 예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촘촘히 엮은 서사 구조를 선보인다. 마치 탐정 스릴러물을 보는 느낌으로 사건에 다가서게 해 영화적 흥미를 높이고 있다. 연기와 촬영, 의상 음악 디자인적인 부분도 균형 잡힌 모습이다. 영화는 비교적 정석적으로 성경의 내용을 따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특히 예수와 제자들이 함께 하는 장면들은 마치 영화 화면으로 복음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예수의 부활을 체험한 후 홀로 광야로 나서는 클라비우스의 뒷모습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어쩌면 거친 세상 속에서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살아가야 하는 신앙인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 제작진의 작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부활’은 2월 4일 바티칸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3월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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