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복음화국(국장 이근덕 신부)은 2월 26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 사순특강을 실시했다.
이번 사순특강은 신자들이 자비의 희년을 더욱 뜻 깊게 보낼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됐다. ‘극기복례 위인지본(克己復禮 爲仁之本)’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는 이근덕 신부가 강사로 나섰다. 특히 이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우리에게 친숙한 동양사상으로 풀어내 신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본지는 보다 많은 신자들이 교구 사순특강의 내용을 접하도록 지상중계 한다.
사순시기에는 많은 결심을 합니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금욕적인 절제된 생활을 하면서 희생·극기·보속을 통해 부활의 영광에 동참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합니다. ‘나’를 절제하는 일련의 행동을 ‘극기’라고 합니다.
우리가 사순시기에 해야할 참다운 극기란 어떤 의미일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자비의 희년에 앞서 이 시대에 우리가 함께 깨어 고민하고 변화해야 할 중요한 원칙을 생각해보자고 하시면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내셨습니다. 회칙에서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동양 전통의 표현을 통해서, 자비의 희년에 실천해야 할 ‘극기’와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복례’를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교황님은 회칙 6항에서 “자연환경과 사회환경 모두 궁극적으로 동일한 악(惡)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이 악은 바로 인간의 자유는 무한하다는 생각입니다. 하느님을 필요하면 믿고 그렇지 않으면 믿지 않는 태도, 내 삶을 이끄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자만’을 한문으로 기(己)라고 합니다.
우리는 피조물입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내셨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른 피조물과는 달리 당신의 영을 불어넣어주시면서 ‘본성’을 담아주셨습니다. 본성은 하느님의 그 ‘선함’입니다. 그런데 본성을 잊고 자유만을 생각하는 것이죠. 교황님은 “우리 자신 이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면 피조물에 대한 착취가 시작된다”고 말씀하십니다.
부모와 자녀를 볼까요. 부모는 딴에는 자녀를 위한다고 어마어마한 희생과 투자를 해서 무언가를 합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는 ‘자기’만의 질서로 아이의 앞길에 최종결정을 내리죠. 자녀를 하느님이 내린 존재가 아니라 내 자신의 소유로 봤기 때문입니다. 그 결정 속에 그 피조물에 대한 착취가 일어납니다. 상처를 입는 것이죠.
죽을 힘을 다해 희생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원망입니다. 그 안에 악이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하느님, 본성을 돌아보지 않고 나의 자만, 나의 옳음, 나의 판단으로 하는 희생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거꾸로 예(禮)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는 하늘의 질서입니다. 이 질서가 흐트러지면 우리는 견디지 못합니다. 만일 해가 동에서 서로 가다가 마음이 바뀌어서 도중에 반대로 간다면 우리 삶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연은 변함없이 순환하면서 규칙을 지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고 자라고 결실을 맺고 늙고 죽습니다. 그 순환 안에서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대접해주는 것을 예로 여기고,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경우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순환의 고리가 바뀌었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돼 노인과 청년이 일자리 경쟁을 벌이고, 인간 순환고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결혼과 출산 시기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 중심으로 삶의 구조를 뒤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중국 황제를 가르치는 스승이 있었습니다. 황제가 꽃의 아름다움과 생명을 경탄하고 꽃을 꺾자 그 스승은 황제를 크게 야단칩니다. 스승은 “제가 황제의 딸이 예쁘고 아름답다고해서 목을 꺾으면 좋겠습니까. 그 생명도 살기를 원합니다. 꽃이 있어야 열매를 맺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황제의 행동은 생명에 대한 성찰 없이 즉각적인 욕구만 충족한 결과입니다. 우리 자녀들 얼마나 예쁘고 귀합니까. 귀하니까 더 많은 학원을 보내고 더 많은 공부를 시키고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면 안 되니까 더 많이 해줍니다. 그런데 부모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성공의 도식에서 아이는 죽어납니다. 생명에 대한 통찰이 없는 것입니다.
‘내가 내 것을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 자체가 악이라는 것입니다. 매순간 생명에 대한 통찰을 냉철하게 지키지 않으면 쉽게 그 생명을 무시하고 죽입니다. 갑의 위치에서 을을 죽이는 것이지요.
공자는 제자 안연이 인(仁)에 대해 묻자 “자신의 욕망을 극복하고(克己)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인 예를 지킨다면(復禮) 인의 도리를 행하는 것(爲仁)”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신앙에서 극기는 순환과 죽음입니다. 나를 이겨낸다는 것은 나를 죽인다는 것이죠. ‘나의 옳음’이 남을 죽입니다. 극기는 내 중심의 교만에서 나오는 판단 행동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내가 좀 희생 하더라도 나와 함께하는 이들의 생명을 먼저 돌보는 것이죠. 그 극치가 십자가의 죽음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다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復活)의 부는 예를 회복한다는 복례(復禮)의 복과 같은 자입니다. 회복하고 활(活), 즉 살아나는 것입니다. 다함께 누리고 함께 살자는 것이죠. 함께 살기 위해 더 가지고 싶어도 참고 질서 안에서 상생하는 것이죠.
인을 위하는 것(爲仁)은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분이 보여준 사랑이 순환과 죽음, 그리고 부활입니다. 우리도 순환과 죽음과 부활을 동일한 방식으로 살아내야 합니다.
자신을 이겨내고(克己) 하느님의 선한 본성을 회복하여(復禮) 세상의 모든 피조물들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공정과 정의를, 생명과 사랑을 드러내는(爲仁) 은총의 사순시기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