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생활 안에서 순간 적잖게 놀랄 때가 있다. 그것은 내가 의식적으로 하려고 한 행동이 아닌데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이다. 가령 그 행동이 좋다면 나무랄 일 없겠지만 좋지 않은 행동이고, 습관이라면 마음으로부터 꼭 고치고 싶다.
그 행동은 바로 자꾸 뒷짐을 진다는 것이다. 뒷짐을 지다보니 허리가 숙여지게 되고, 어깨도 움츠러든다. “열중 쉬엇!”의 자세처럼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꼿꼿이 서서 가슴을 활짝 핀 자세가 아니라 가슴을 움츠리고 고개를 든다. 이 자세가 정말 스스로 보기에도 안 좋은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나보다 더 연세 많으신 어른들과 대화할 때 어느 순간 뒷짐 진 상태로 말을 듣고,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렇게 생각해 본다. 나보다 더 어린 10년 이상 차이나는 초등학생이 내 앞에서 건들건들 서 있으면서 뒷짐 지고 나와 같은 수준으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참 상상만 해도 아닌 것 같다.
예전에 우리 본당엔 연세가 지긋하신 신부님께서 계셨다. 머리카락은 이미 세월을 말해주듯 하얗고 몸도 많이 왜소했다. 신자 분들이 다들 돌아가시면 신부님께서는 혼자 뒷짐을 지고 성당 마당을 걸으시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하셨다. 나는 어렸지만,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런데 그 뒷짐을 젊은 신부인 내가 하고 어른들을 대할 때, 나는 그 순간 내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의도치 않았고, 정말 조심하려고 하는데도 무의식중에 그런 자세가 나와 버린다.
나는 지금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나보다 어른분들을 대할 때,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뵙고 대화 나눌 때, 손을 뒤쪽이 아니라 앞쪽으로 가져와서 공손히 모아놓는다면 한층 더 보기 좋으리라 생각해본다.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편한 자세를 추구한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고 되어버린다. 정말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깨어 있으려고 해도 순간 나의 그 모습에 깜짝 놀라는 것이다. 아무리 혼자 있다 할지라도, 혼자 조용히 생각하면서 걷는다 할지라도 뒷짐을 지고 걷는 습관은 정말 고치고 싶다. 차라리 차렷 자세로, 뻣뻣하더라도 주먹을 쥐고 가슴과 허리를 펴고 걸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작은 습관 하나도 고치지 못하면서 내가 하는 일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나 자신조차도 변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다른 이들을 복음화하며 변화시키겠는가!
사순시기에 들어서 더욱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스스로의 작은 습관과 버릇조차 고치지 못하는데 무슨 큰일을 하겠는가! 누구를 변화시키고 바꾸고자 한다면 먼저 나 자신부터 변화되고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우리들 각자도 생활 안에서 내 모습을 잘 성찰해 보자. 이 사순시기 정말 성찰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내 습관, 그리고 그 중에서 악습이라면 더욱 깨어있고 의식하여 고치고 변화시키려고 노력해보자.
작은 행동 하나가 먼 훗날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 나에게 좋은 영향으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우리 모두가 이 사순시기에 작은 성찰 하나라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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