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인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는 인사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교회는 오랜 역사 속에서, 만남의 첫 단추이자 마지막 단추인 이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교회의 역사가 긴 서양 국가 중 많은 수가 인사말을 통해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했다. 그 대표적인 말이 ‘굿바이’(Goodbye)다. 어린 아이들도 ‘빠이빠이’(Bye-bye)라는 인사를 사용할 정도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말이다.
‘굿바이’의 ‘굿(good)’은 ‘좋은’이라는 의미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하느님(God)이란 말에서 왔다. ‘굿바이’가 하느님이 곁에서 축복해주시기를 비는 고대영어(God be by ye 또는 God by ye)가 변형된 것이기 때문이다. ‘굿모닝’(Good-morning), ‘굿이브닝’(Good-evening), ‘굿나잇’(Good-night)도 같은 맥락이다.
스페인어에서 헤어질 때 인사말인 아디오스(Adios), 바이아 콘 디오스(Vaya con Dios)도 ‘하느님께로’, ‘하느님과 함께 가라’라는 의미다. 프랑스어에서 긴 이별을 할 때 사용하는 인사말 ‘아듀’(Adieu)도 ‘하느님 앞에서’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이에게 ‘하느님 앞에서 다시 만나자’고 기약하는 말이다.
1984년 방한 당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우리나라를 두루 방문하고 신자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교회에서 탄생한 인사말로 인사했다. 바로 ‘찬미예수’다. ‘예수를 찬미합시다’(laudate Jesum)를 줄인 인사말 ‘찬미예수’는 박해시대에 탄생해 이어오는 우리 신자들 고유의 인사다.
‘찬미예수’가 정확히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862년 미리내에서 사목하던 파리외방전교회 칼레 신부가 작성한 서한에 따르면, 선교사들은 ‘찬미예수’라는 인사를 장려하고 이를 통해 잠벌을 일부 면해주는 ‘한대사’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신앙선조들은 ‘찬미예수’라 인사하고 ‘아멘’이라 응답하는 인사말을 사용했다. 신자들은 신분도 성별도 가리지 않고 이 인사말을 사용하면서 우리가 본받아 따르고 찬양해야 할 분이 누구인지 늘 기억했던 것이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