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가 깊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예수 고난 관상 수녀회에서 미사를 드리는데 수녀님들이 파견성가로 ‘우리 주님 가시네’를 부르시는 겁니다. 순간 마음이 울컥했어요. 수녀님들의 애잔한 노랫소리를 통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의 아픔이 진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난회원이라 그런지 이 노래를 듣거나 부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눈시울이 붉어지곤 합니다. 노랫말은 이렇습니다. “우리 주님 가~시 네~ 십자가 지~고 가~시네~ 어야~ 디~이야아~ 가~시네~ 골~고타~로 가~시네~ 우리 죄를~ 짊어~ 지시고~ 죽으러~ 죽으러~ 가시네~ 우리죄인~ 살리~시려~ 당신~ 목~숨을~ 바치셨네~” 남도가락의 꺾고 맺고 지르는 소리에 이 노랫말이 실리면 영락없이 상여 나가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특히 “죽으러, 죽으러 가시네~” 하는 부분에서는 그 절규하는 소리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게 되지요.
성 금요일 전례 때 십자가 경배 예절이 있습니다. 모든 신자가 십자가 앞에 나아와 돌아가신 예수님께 경배를 드리는 예식이지요. 이때 이 성가를 부르게 되면 바로 이 성가 하나로 그날 전례의 의미를 모두가 확연히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제가 미국 퀸즈 한인성당에서 성 음악 감독을 할 때 이런 체험을 했습니다. 성 금요일 십자가 경배 예식 때 성가대에서 이 성가를 특송으로 부른 적이 있었어요. 그러자 말 그대로 바로 초상집이 됐지요. 여기저기서 오열이 터져 나왔어요. 성가대도 눈이 빨개질 정도로 울면서 노래를 불렀지요.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 자신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예수님의 죽음이, 예수님의 사랑이 온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성가는, 특히 전례 성가는 그 전례의 현장에서 부를 때 가장 큰 감동을 주게 됩니다. 성 금요일은 바로 우리를 사랑하셔서 기꺼이 당신의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하는 날입니다. 그러니 그날 전례에 참석하는 것은 바로 예수님 상갓집에 문상을 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거기서 예수님의 죽음을 애도하는 상여소리가 울려 퍼질 때, 사람들은 모두 “아, 오늘 예수님이 돌아가신 날이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일반 상갓집에 가도 누구나 숙연해지고 슬픔을 느끼기 마련인데, 하물며 예수님이 나를 위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구성진 가락을 통해 깨닫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회개의 마음으로 눈물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 곧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축제 중에 가장 큰 축제인 파스카 성삼일을 잘 준비하기 위해 남은 사순시기 바짝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회개의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은 바로 우리를, 나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분의 수고 수난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도 깨어 주님의 뒤를 따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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