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의 학교들은 3월 중순 쯤 새학기를 시작합니다.
8년 과정의 프라이머리 스쿨(한국의 초·중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2월에 정부에서 실시하는 학력평가 시험을 칩니다.
그 시험에 통과한 학생들은 세컨더리 스쿨(한국의 고등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습니다.
진학시기인 3월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저를 찾아와서 자신의 성소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라고 이야기 드렸지만 사실 프라이머리 스쿨을 졸업하고 학력평가시험에도 통과한 학생들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한해 20~3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올해는 아강그리알에서 11명이 세컨더리스쿨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고, 그 중 여학생은 단 한 명뿐입니다.
그런데 그 11명의 아이들 중 7명이 저를 직접 찾아오거나 편지를 통해 자신들의 성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자신들은 사제가 되고 싶고 사제가 되기 위해 소신학교에 가고 싶다고 지원의사를 밝혔습니다. 올해 아강그리알 프라이머리 스쿨 졸업생 중 유일한 여학생 또한 자신은 수녀가 되고 싶으니, 아일랜드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로레토 여학교에 입학하고 싶다고 편지를 써왔습니다.
17~18세의 많은 아이들이 성소를 이야기하고 사제직과 수도직을 지망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사제직을 열망하는 현상 이면에는 남수단 교육환경의 열악함과 함께 젊은이들이 다양한 직업과 미래를 바라볼 수도 꿈꿀 수도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습니다.
룸벡교구 내 지역에서는 소신학교나 톤즈에 있는 살레시오 세컨더리 스쿨 등 선교사제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학교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운영되는 학교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이 없는 이곳에서는 괜찮은 세컨더리 스쿨을 나오는 것이 곧 성공할 수 있는 길입니다. 물론 이곳에 별다른 전문 직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괜찮은 세컨더리 스쿨만 졸업하면 적어도 구호단체나 NGO 등에 들어가 직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선교사제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가톨릭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저희를 찾아와 성소를 이야기합니다. 사제가 되고 싶다고 하면 신부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줄 것이란 기대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그들이 평범하게 세컨더리 스쿨을 졸업한 다음 성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바랍니다. 그때까지는 학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성소에 응답하리라고 믿습니다.
성소는 참 오묘합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으려 할 때, 문득 이 길이 맞나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내가 가는 길이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길이라고 믿을 때, 더 이상 불안하게 길을 찾을 이유가 없어집니다.
많은 딩카족 젊은이들도 그들이 지금 가고 있는 삶의 길이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길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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