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주님수난성지주일을 시작으로 부활대축일 전까지 ‘성주간’을 보낸다. 주님의 수난과 파스카의 신비를 기념하는 이 시기는 1년 중 가장 중요하고 또 거룩한 시기다.
많은 신자들이 사순시기의 마지막을 보내고 더욱 기쁜 부활을 맞이하기 위해 주님 수난을 묵상하는 십자가의 길을 바친다. 본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치는 것도 좋지만, 그 의미를 더해줄 이색 십자가의 길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호에서는 남양성모성지의 세 가지 십자가의 길을 소개한다.
‘성서에 따른 십자가의 길’
남양성모성지 입구에서 오르막길을 따라가다 산길이 나오면 우측 방향으로 십자가의 길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인다. 바로 ‘성서에 따른 십자가의 길’이다.
이곳에서부터 시작한 십자가의 길은 언덕을 따라 올라 ‘자비로우신 예수님 상’까지 이어진다.
이 십자가의 길은 말 그대로 성경 내용을 재구성한 십자가의 길이다. 199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기도했던 십자가의 길 내용으로, 교황청에서도 인준한 십자가의 길이다.
이 십자가의 길에는 전통적인 십자가의 길에서 성전(聖傳)으로 전해 내려오는 장면들을 빼고, 성경에 기록된 내용 중 십자가의 길 안에서 묵상해야 할 부분을 추가했다.
이에 십자가를 지고 가던 예수와 어머니의 만남이나 3번에 걸쳐 넘어지는 장면, 베로니카가 예수의 얼굴을 닦는 모습들이 빠졌다.
대신 최후의 만찬, 겟세마니에서의 고뇌와 십자가 위에서 죄수에게 하느님 나라를 약속하고, 어머니와 제자에게 말하는 장면들이 추가됐고, 마지막 14처에서는 예수 부활을 묵상할 수 있게 했다.
각 처에는 해당 처의 내용이 담긴 성경의 장과 절이 표기돼 있어 성경을 읽으면서 십자가의 길을 바칠 수 있도록 했다. 각 처의 묵상들은 복자 알베리오네 신부의 글에서 발췌했고, 기도는 미사경본과 시편, 성무일도에서 가져왔다.
‘생명수호를 위한 십자가의 길’
성지 성당 입구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큰 벽처럼 생긴 십자가의 길이 나타난다. ‘생명수호를 위한 십자가의 길’이다.
이 공간은 과달루페의 성모에게 전구를 청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1531년 멕시코 테페약 언덕에 발현한 과달루페 성모는 검은 띠를 두르고 있는데 이는 멕시코 여인들이 임신했을 때 두르는 띠다.
성지는 수많은 낙태자에 대해 속죄·보속하고 낙태를 멈추게 하기 위해 과달루페 성모상과 낙태아기의 무덤, 생명수호를 위한 십자가의 길을 설치했다.
십자가의 길 조각에 기도문이 적혀 있어 별도의 기도문 없이도 십자가의 길을 봉헌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생명수호를 위한 십자가의 길과 묵주기도를 바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성지 성물방에서는 「생명 수호를 위한 묵주기도와 십자가의 길」 책을 판매한다.
성지는 십자가의 길 이외에도 생명수호에 지향을 두고 묵주기도와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매월 넷째주 토요일 오전 10시 성지를 찾으면 생명을 위한 묵주기도와 과달루페 성모 신심 미사를 바칠 수 있다.
‘성모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
‘생명수호를 위한 십자가의 길’ 건너편에는 ‘성모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이 있다.
이춘만(크리스티나) 작가가 제작한 이 십자가의 길에는 모든 처에 마리아가 등장한다. 예수의 수난과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느꼈을 마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는 십자가의 길이다.
특히 이 길은 예수와 마리아의 고통을 묵상하면서 희생을 봉헌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길은 정비되지 않은 돌밭처럼 뾰족한 돌들이 불규칙하게 깔려있다. 걷다보면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도 발바닥에 통증이 전해질 정도다. 또 각 처 앞에는 무릎을 꿇고 묵상하도록 돌로 된 판이 깔려있다. 성지는 안내글을 통해 예수와 마리아의 고통과 슬픔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 이 길을 함께 걷고자 하는 이들은 맨발로 기도할 것을 권한다.
이 십자가의 길의 마지막은 15번째 처, 바로 부활을 묵상하는 처다. 15처에서 마리아는 천상모후의 관을 쓴 형상으로 조각돼 있다. 예수의 수난에 동참한 이들이 그 부활의 기쁨도 함께 누리리라는 묵상이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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