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대 해군 군종병과장 서하기 신부가 22년 군종사제로서 삶을 마무리하며 3월말 전역한다.
전역을 앞둔 서 신부를 3월 11일 대구대교구 제2대리구청에서 만났다. 해군 군종사제들의 맏형으로, 또 해군 군종장교 최고책임자인 군종병과장으로서 소회를 들었다.
“부족하고 허물 많은 제가 사제로 25년을 살아왔습니다. 그 가운데 22년을 군종사제로 살며 제가 해야 할 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제가 이루지 못한 것은 후배 신부님들께서 채워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1994년 부활 대축일을 지내고 엠마오를 떠나듯 입대했었는데, 꼭 22년만인 올 부활 8부 축일 기간 중에 전역을 하게 됩니다.”
서하기 신부는 올해로 사제수품 25주년 은경축을 맞는다. 25년 사제생활 대부분을 해군과 해병대 사목에 바쳤다.
군종사제로 살아온 긴 세월, 행복했던 시간과 함께 아픈 기억도 가슴에 켜켜이 쌓였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서 신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장례식부터 안장식까지 함께하면서 해군·해병대와 함께 슬픔을 나눴던 비감한 기억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교회 4번째로 해군 군종병과장을 지낸 서 신부. 22년 군종사제로서의 삶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군과의 인연은 단기사병으로 육군 제2사령부 경비중대에서 근무하다 무열대성당 군종병으로 제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당시 모셨던 군종사제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님이셨죠. 그때 군종사제로 살아보는 것도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입대 후 3년 뒤인 1997년 해병대 1사단에서 근무하던 중 장기복무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군종사제들 맏형으로 해군본부에 들어갈 때 결심한 것이 있다. 하나는 해군·해병대 내 모든 성당을 새로 짓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군종사제를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13년 간 해군본부에서 근무하며 그 결심들은 하나하나 빛을 봤다.
해군·해병대 내 성당이 없는 곳엔 성당을 짓고, 기존 성당은 리모델링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올해 해군 군종사제가 3명 증원돼 군사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 신부는 “끊임없이 해군 군종사제 증원과 편성의 절심함을 호소해 17명의 해군 군종사제가 사목하게 됐다”면서 “함정에 더 자주 승선하고, 훈련 중이거나 경계 작전 중인 해병대 대원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과거의 찬란했던 때를 그리워하듯,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언제일까.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해군사관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사관생도들과 보낸 시간이 그립습니다. 당시 해군교육사 신병들, 학사장교 후보생 교육도 맡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죠. 해군의 미래를 만드는 곳에서 젊은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고,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 있죠.”
군종병과장으로서 타 종단 군종장교들과의 화합과 업무 조율에 힘쓰며, 각 종교의 선교와 포교를 위한 경쟁의 장이 아닌 신앙 안에서 정신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활동한다는 원칙에 따랐다.
현재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서 신부는 군대의 역할에 대해서 분명히 말했다.
“그것은 정치인들의 몫입니다. 정치인들이 민족의 공존과 평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군인들은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변함없는 자세로 국가 방어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휴전선 목함지뢰 폭발 사건 때 전역을 미루면서 조국을 지키는 청년에게서 희망을 가졌습니다.”
끝으로 후배 사제들에게 맏형으로 당부했다.
“사제는 그 자체만으로 성사적 존재입니다. 스스로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는 삶을 살기 때문이죠. 모든 군인들의 벗이 되어 친교를 나누세요. 사제는 결코 군인이 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영성생활로 극복해나가야 합니다.”
서 신부의 전역과 은경축 감사미사는 3월 31일 오후 6시30분 계룡대 삼위일체성당에서 봉헌된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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