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진성이와 4살 진희. 남매 모두 또래 평균신장에 비해 10㎝ 이상 작다. 언어 발달 역시 현저히 느려 동갑 친구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4살 진희는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낼 뿐이다. 진성이는 선천적 안검하수(눈꺼풀 처짐)라 치료가 필요하다. 의사는 남매의 성장을 보고 유전자 검사를 권하지만, 엄마 김경진(가명·가타리나·27)씨는 한숨만 쉰다. 당장 생활비조차 없는 막막한 형편 때문이다.
27살.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김씨는 두 아이와 함께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에서 생활 중이다. 2015년 7월에 입소해서 올해 8월이 되면 거주기간 1년을 채워 다른 안식처를 구해야 한다. 쉼터에 와서야 아이들의 발육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지만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처음에는 뺨을 때리는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아이들 앞에서 매일 ‘등신’ 소리를 들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진성이가 배우면 어쩌나 싶더라고요. 아이들을 위해 용기를 내야 했어요.”
하지만 김씨에겐 의지할 데가 없었다. 김씨의 어머니는 그녀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며 떠돌아 김씨는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함께 미사를 보던 그 시절이 김씨의 삶에서 가장 따뜻한 기억이다. 할머니를 따라 성당을 다니며 유아세례도 받았다. 하지만 고1 때, 교통사고로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이후 김씨는 성당에 발길을 끊었다. 근처만 가도 할머니와의 기억이 떠올라 힘들었다. 아버지와 함께 잠시 살기도 했지만, 21살에 임신 소식을 전하자 아버지는 김씨를 외면했다. 지금까지도 가끔 연락해 생사만 확인하는 것이 전부다.
시댁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아버지는 뇌병변장애로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시어머니가 공장일을 해 번 돈으로 식구가 생활했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툭하면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첫 아이 임신 후 최근까지 시댁에서 지내면서 시아버지가 시어머니의 목을 조르는 것을 봤을 정도. 남편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80만 원가량을 벌었지만 생활비를 주지는 않았다. 정부 지원 양육수당으로 근근히 버티다 돈 얘기를 하면 폭력을 휘둘렀다. 남편의 발길질에 비명을 질러도 시부모도 관여하지 않았다. 둘째를 낳고는 갓난아기를 업고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아이들 성장에 크게 신경쓰지 못했다. 도망치듯 집을 나와 쉼터에서 안정을 찾을 무렵 같이 거주하는 생활인들이 김씨에게 병원을 권했고, 그렇게 찾은 병원에서 의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눈물이 났다. 하지만 입술을 꾹 깨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여성쉼터로, 변화한 환경을 낯설어하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눈물은 불안감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왜 살아야 하나 싶을 때가 많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지금까지 버텼어요. 아이들과 마음 편히 지내는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지요. 그런데 건강에 문제가 있다니요. 아직은 너무 어린 아이들… 검사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가 보여주지 못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성금계좌※
대구은행 069-10-004843 예금주 (복)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모금기간 : 3월 16일(수) ~ 4월 5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53-253-9991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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