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도 독감이 기승을 부렸다. 이렇게 독감에 걸리거나 혹은 감기에 유난히 자주 걸리고 잔병치레를 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면역력이 약해서 그래’ 라고 말한다. 암에 걸린 환자분들도 내 면역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숨 쉬며 말하곤 하며, 많은 건강기능식품 광고에서 빠지지 않는 문구가 면역력 강화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면역력이란 무엇이지?’ ‘어떻게 하면 면역력을 기를 수 있을까?’ ‘면역력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더 나아가서 ‘면역력을 높이면 암이 치료될까?’ 등의 의문이 들게 된다.
면역력이란 외부로부터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 각종 생물학적인 침입이나 질병 등과 싸울 수 있는 생물학적인 능력을 말한다. 감기에 잘 걸리던 아이가 한약을 먹은 후 감기에 잘 안 걸린다는 아이,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더니 올해는 독감에 안 걸린 어르신, 수술 후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좋은 음식을 먹었더니 재발 없이 잘 살고 있다는 암환자 등을 보았을 때 면역력에 대한 평가는 질병에 걸리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독감이나 감기, 암 등의 질병이 발생하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이 바이러스와 암세포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 이런 면역력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방법은 없을까? 정규서양의학에서 질병이 없는 일반인의 면역력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혈액검사는 불행히도 아직까지 없다. 백혈구, 임파구, 자연살생세포 등의 양이나 이 세포들의 활성도를 가지고 체크하기도 하나 이는 확정적인 검사가 아니라 실험실적이고 간접적인 지표들일 뿐이다. 그러므로 면역력을 강화시켜준다는 치료나 음식들이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를 검사로 알기는 어렵다. 우리는 면역력 강화라는 그럴듯한 말로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지만 아직도 면역력이라는 실체는 베일에 쌓여있고 앞으로 더 알아가야 할 숙제이다.
그러나 우리가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면역력 상승에 좋다는 것은 별도의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특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내려오는 근거도 서양 의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근거가 약한 것일 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들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자료 토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런 것이 없다고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또한 옳은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가 많을 뿐이고, 우리는 하나하나씩 전진을 하면 된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의학은 종교처럼 믿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환자들이 신뢰할 수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끊임없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전성하 과장은 경희대학교 한의학과와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서 한의사와 의사 전문의 자격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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