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2급 장애인이 된 지 23년…, 모두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그나마 움직이는 왼손 하나에 의지해 사진을 찍으면서 삶의 의미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3월 16~26일 제주시 관덕로14길 동문재래시장에서 임시천막을 펴고 제15회 개인전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15’를 진행한 사진작가 곽상필(62·제오르지오·제주 노형본당)씨는 ‘일상의 가치’를 강조했다. 생선을 손질하는 상인, 시장 한 귀퉁이에서 신문을 읽는 노인, 장을 보는 부모님을 따라와 활짝 웃는 아이들 등, 시장 이웃들의 생활이 생생하게 담긴 35점의 작품이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됐다.
곽씨는 제주지역 일간지 사진기자였다. 보도현장을 누비며 ‘평범한’ 삶을 살던 그의 삶이 바뀐 것은 1993년. 예고도 없이 찾아온 뇌경색으로 오른팔과 다리가 마비됐고 일상적 의사소통도 어려울 정도의 언어장애가 생겼다. 활기 넘쳤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은둔생활을 하며 4년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소록도를 방문, 한센병 환자들을 만나면서 재기를 꿈꾸게 됐다. 이 정도의 시련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기에는 삶이 너무나 소중함을 깨달았다. 다시 카메라를 잡고 1999년 첫 번째 개인전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1’을 소록도에서 개최했다. 이후 장애인부터 소방관, 이주노동자 등 가까이 있는 이웃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곽씨는 “사진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다가 독도에서 사진전을 여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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