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는 한국교회 최초로 청소년국을 신설했다. 그리고 첫 교구청사였던 건물을 청소년들에게 내어줬다.
관심과 배려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곳이 바로 가톨릭청소년문화원이다.
화서동 주택가 사이를 가로 질러 들어간다. 길 건너에는 화서시장이, 바로 옆에는 화서초등학교가 있다. 가히 삶의 한복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일상의 한가운데에 가톨릭청소년문화원이 자리한다. 단순히 교회로 청소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찾아 세상에 파고든 교회의 모습 같다.
비단 문화원뿐만 아니다. 수원대리구, 교구 청소년국, 화서동성당, 교구 민족화해센터, 수원 엠마우스, 성바오로서원 등 골목 구석구석 교회 기관·단체가 자리하고 있다. 이쯤 되면 동네 전체가 ‘가톨릭’으로 가득 찬 느낌이다.
문화원 인근에 교회 기관·단체가 많은 것은 바로 문화원이 30년의 세월 동안 교구 행정의 중심, 교구청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교구 설립 후 고등동성당 내 수녀원을 교구청으로 사용하던 교구는 1966년 5월 현재 문화원이 위치한 화서동 100번지 소재에 1만 1068㎡ 가량의 땅을 매입해 교구청 건설을 추진했다. 당시 가난했던 교구는 오스트리아부인회에서 제공한 기금으로 1967년 연면적 1444㎡의 교구청을 완공할 수 있었다. 그 건물이 지금의 문화원이다.
문화원은 교구 청소년사목의 상징적인 장소다. 교구가 청소년사목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춤과 동시에 마련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교구가 처음으로 청소년사목 전담 기구를 설치한 것은 1992년이다. 교구는 서둔동본당에 청년사목실을 개설하고, 이듬해 청소년사목실로 확장 운영해 나갔다.
교구는 1997년 교구청 직제 개편을 통해 청소년국을 마련하고 청소년사목실을 가톨릭청소년문화원으로 변경했다. 비록 지금은 문화원이 교구 청소년국 산하에 있지만, 교구의 첫 청소년사목 전담 기구가 문화원의 전신인 것이다.
전임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문화원을 개원하면서 문화원이 “교회와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됐음”을 밝히고 “문화원이 앞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올바른 문화 제공과 유해환경에 감염된 청소년의 재활 등에 큰 기여를 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문화원은 약 20년 역사 속에서 꾸준히 청소년·청년의 사랑을 받아왔다.
문화원은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마련했다. 청소년 관련 각종 세미나와 문화교실, 국제교류, 복사단교육과 실직가정 소년 돕기 성금전달, 청소년 율동 교재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운영했다.
또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추고 청소년·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캠프와 피정, 기도모임 등도 이곳에서 실시해왔다.
문화원은 교구 청년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했다. 도심에 위치해 전철과 버스 이용이 쉬워 청년들의 접근성이 높았다. 비다누에바, 젊은이 기도모임 등 교구 청년사도직단체의 모임방들이 이곳에 있어 상시로 청년들이 신앙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공간이었기에 문화원을 관리하는 주체는 변해왔지만, 청소년·청년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의 문화원은 50년 가까이 된 건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한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
2006년 대리구제도가 시작되고 수원대리구청이 문화원 옆에 자리잡으면서, 수원대리구는 노후된 문화원을 새로 단장해 청소년들의 모임·피정시설로 제공했다. 지난해에는 교구 청소년국이 수원대리구청 자리로 이전해오면서 밴드연습실과 율동연습실, 모임방 등도 갖췄다.
이제 문화원은 단연 교구 청소년사목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대리구제를 실시하면서 연구·행정기관의 성격으로 변했던 교구 청소년국은 문화원과 함께 서서 청소년들과 직접 호흡하고 있다. 그만큼 더 살아있는 청소년사목연구도 가능해졌다.
청소년·청년 역시 교구 청소년국과 가까워졌다.
교구의 모든 청년사도직단체들이 문화원에서 활동하면서 교구 청소년국과 긴밀하게 연대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교구 청소년국이 주최하는 문화·교육행사에 참여하기가 더욱 수월해졌다.
교구 청소년법인 대건청소년회 활동 터전이기도 해 비신자 청소년들이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고 있다.
20여 년을 청소년·청년과 함께 해온 공간인 만큼 이곳에는 청소년·청년들의 추억이 묻어있다.
교구 본당을 순회하면서 청년들의 기도를 이끌었던 교구청년대회 십자가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한껏 부풀었던 아시아청년대회에 사용한 십자가도 이곳에 있다. 문화원 한 편에 마련된 성경필사대에서는 이곳을 찾았던 청소년·청년들이 성경을 필사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문화원의 성당과 강당, 모임방들은 각종 행사를 기록한 수많은 사진 속에 남아있다. 아마 그 사진의 수만큼이나 이곳에서 그리스도와 함께한 청소년들이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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