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일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다. 이날 전 세계 교회는 하느님의 자비를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각 기도문도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고유기도로 변경해 바친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은 지난 200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제정했다. 같은 해 4월 30일, 교황은 21세기 첫 성인으로 폴란드의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왈스카 수녀(1905~1938)를 시성했다. ‘하느님의 자비의 사도’로 알려진 파우스티나 수녀를 시성하면서 교황은 하느님 자비를 특별히 기념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같은 해 5월 5일 교령을 통해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낸다고 알렸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60년대 당시 크라쿠프대주교로서 파우스티나 수녀의 시복시성을 청원한 바 있다. 이후 교황이 되어 1993년 4월 18일과 2000년 4월 30일 수녀를 시복, 시성했다. 이 날은 모두 부활 제2주일이었다.
자비 신심 전파한 파우스티나 성녀
2000년 대희년에 시성된 파우스티나 성녀는 폴란드 출신으로, 스무 살이 되던 해 바르샤바 자비의 성모 수녀원에 입회했다. 그의 수도생활은 예수 성심과 일치, 고통의 삶으로 죄지은 영혼들을 위해 하느님의 자비에 자신을 봉헌하는 과정이었다.
파우스티나 성녀는 수도생활 동안 ‘계시’ ‘환시’ 같은 특별한 은사들을 체험했다. 이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사명이 하느님 자비를 전하는데 있음을 깨달았고, 1934년 하느님의 메시지들을 일기 형식으로 자세히 기록했다. 각국 언어로 번역돼 알려진 이 일기는 하느님 자비 신심을 널리 전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성녀는 1931년 2월 22일 처음 예수님의 발현을 경험했다. 이후 그리스도는 14차례 파우스티나 성녀에게 나타나 하느님의 자비를 전파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파우스티나 성녀의 일기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는 성녀에게 발현한 모습 그대로를 성화로 그리도록 했고, 성화 아래 ‘예수님, 당신께 의탁합니다’라는 말을 넣게 했다.
이어 그리스도는 “이 성화가 부활 후 첫 주일에 성대하게 축성되기를 바란다. 그 주일은 자비의 축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자비로우신 예수님의 성화’다.
그리스도는 성녀에게 이 성화를 공경하고, 부활 후 첫 주일을 ‘자비의 주일’로 제정해 기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직접 하느님 자비에 바치는 묵주기도를 파우스티나 성녀에게 가르치고, 하느님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속죄를 촉구하기 위해 기도하도록 당부했다.
이외에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오후 3시, 자비의 성시간을 지켜 십자가의 길을 바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자비 신심을 전 세계에 전파하도록 했다.
하느님 자비의 실천
하느님의 자비 축일 기념을 위한 준비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성 금요일에 시작한다. 이날 하느님 자비를 비는 5단 기도를 바치는 9일 기도가 시작된다. 하느님 자비를 비는 5단 기도는 묵주를 이용한 기도의 한 방법이다.
특히 하느님의 자비 주일에는 전대사가 주어진다. 전대사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성당이나 소성당에서 모든 죄의 성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기도와 신심행위에 참례하면 된다. 또 ‘현시된 성체’ 앞이나 ‘감실에 모셔진 성체’ 앞에서 주님의 기도와 사도신경, 자비로우신 주 예수께 드리는 신심기도를 바쳐도 된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성당에 갈 수 없는 이들과 환자 등도 모든 죄를 전적으로 거부하고, 가능한 한 빨리 전대사의 기본 요건 세 가지를 이행하려는 마음으로, ‘자비로우신 주 예수님의 성상’ 앞에서 주님의 기도와 사도신경, 자비로우신 주 예수님께 청원기도를 바치면 된다.
파우스티나 성녀를 통해 예수님께서 전한 자비 신심의 핵심은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을 일깨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어린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비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말과 행동, 기도로써 자비를 실천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비 주일을 지내고 자비 기도를 봉헌하고, 자신의 신심을 널리 알리고 자비를 실천하는 일 등이 권고된다.
■ 천주교 사도직회 한국지부 홍천분원장 파 타대오 신부
“서로 용서하는 것이 자비의 출발점”
자비는 일방적이어선 안 돼
받은 만큼 똑같이 베풀어야
주님 마음으로 이웃 바라보길
“하느님 자비 신심의 중심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에 온전히 의탁하는 것이 첫 번째이며,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바로 두 번째입니다. 주님께 의탁하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참 모습입니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맞아 천주교 사도직회(팔로티회) 홍천분원장 파 타대오 신부(폴란드명 Zbigniew Wasinski)를 만났다.
천주교 사도직회 한국지부는 특별히 하느님의 자비 설파를 사도직으로 삼고 예수님께서 파우스티나 성녀에게 알려주신 대로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하며 전파하고 있다.
타대오 신부는 “우리는 어렵고 힘들 때 항상 하느님께 일방적으로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요청하지만, 자비는 일방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입고 나서 그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우리도 똑같은 방식으로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타대오 신부는 용서를 꼽았다.
“우리는 우선 용서를 배워야 합니다. 용서 없이는 하느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항상 우리 죄를 용서해주시는 것과 같이 똑같은 방식으로 용서해 줘야 합니다. 서로 싸우고 미워하며 상처 주는 현 시대에서 서로 용서를 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자비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하느님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타대오 신부는 “우리 주변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을 자비의 눈으로 바라볼 때, 이들에게 필요한 자비를 베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우스티나 성녀는 행동과 말씀, 기도로써 자비를 베풀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형편이 어려워 물질적으로 도울 수는 없어도 이들 이웃을 위한 기도로써 자비를 베풀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정한 자비의 희년으로, 타대오 신부를 비롯해 7명의 팔로티회 사제와 수사는 특별한 한 해를 지내고 있다.
특히 홍천분원 소속 사제 3명은 모두 춘천교구 지정 ‘자비의 선교사’로 교구 내 각 본당의 초청을 받아 자비에 대한 강연과 피정 지도 등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홍천분원의 ‘하느님의 자비 경당’은 춘천교구의 ‘자비의 특별 희년 순례지’로도 지정됐다.
타대오 신부는 “지금 이 시대는 하느님의 자비를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하느님의 자비를 알리고 전파하도록 부르심을 받는 복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큰 기회를 주셨는데, 이 기회를 살려 하느님의 자비 설파에 더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예수님께서는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명령이며 곧 우리의 사명입니다. 우리가 힘들 때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는 것처럼,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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