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은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지 5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6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 참혹한 전쟁으로 인해 행복하게 살던 시리아 국민들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습니다. 인류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고통은 더 커지고 있지만 세상의 관심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이 창간 89주년을 맞아 한국카리타스(이사장 김운회 주교)와 함께 ‘시리아 내전 5년 - 눈물을 닦아 줍시다’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부디 동참하시어 무고한 시리아 국민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아기 쿠르디의 안타까운 죽음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직도 시리아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2011년 3월, 시리아 국민들은 민주화 열망 속에 독재정권과 맞서 반정부 시위를 시작했다. 정부군이 무력으로 진압하자 시위는 반군을 조직하는 것으로 확대됐고 시리아는 내전에 돌입하게 된다. 시리아 내전은 독재정권과 반군 간 싸움인 동시에 시아파와 수니파라는 이슬람 종파간 전쟁으로 확대됐다.
전쟁이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바로 무자비한 테러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 국가)다. IS는 시리아까지 세력을 넓히면서 시리아 내전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또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 등 강대국 패권 경쟁으로 변질되면서 해결 가능성을 찾아보기 힘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5년에 걸친 전쟁으로 시리아인 47만 명이 숨졌고 188만 명이 부상을 당했다. 전쟁 발발 전 약 2300만 명에 달하던 시리아 인구 중 절반 넘게 난민이 됐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 국내 난민 규모는 약 650만 명, 외국으로 떠난 난민은 481만 명에 달한다. 이마저도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려워 실제 난민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아는 거의 모든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됐다. 2010년 70세였던 기대수명은 2015년 55.4세로 떨어졌다. 내전 기간 입은 경제적 손실은 2547억 달러(약 305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 3월 9일 유럽연합과 터키가 그리스~터키 국경 사이 난민 이주 경로를 막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는 곧 서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이동을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시리아 난민들은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 엄마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시리아 난민 어린이.
▲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의 시리아 난민들.
시리아 어린이 눈물, 우리가 닦아줘야
레바논으로 피란 온 6살 소녀 말락(Malak). 말락은 매일 밤 악몽으로 고통받는다. 무장단체 공격으로 시리아에서 행복하게 살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할아버지와 삼촌은 이 아이의 눈앞에서 무장 테러리스트들의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숨졌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납치되는 충격적인 장면도 목격해야 했다. 말락은 정신적 충격으로 지금도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한다.
또 다른 6살 소녀 사바(Sabah). 시리아 홈스 지역에 살던 사바는 전쟁 전에는 항상 집 근처 공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곤 했다. 전쟁 후, 그 공터는 끔찍하게 훼손된 군인들의 시신을 아무렇게나 버려 놓는 곳으로 변했다. 사바는 그 모습을 지켜봤고 ‘집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고 수면 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사회적 약자, 특히 어린이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내전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시리아 어린이는 600만 명을 넘어섰다. 시리아 학교 건물 6000개가 파괴돼 280만 명 어린이들이 학교조차 다니지 못하고 있다. 긴급 지원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는 대략적으로도 840만 명에 달한다.
내전으로 숨진 47만 명 중 약 7만 명은 식량과 물 부족, 질병, 위생문제 등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경우다. 인도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긴급한 지원이 적절하게 이뤄졌다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국제카리타스는 시리아를 위해 긴급구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인근 국가들의 긴급구호 사업은 몇 년째 기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오랫동안 시리아 난민을 지원해온 레바논카리타스는 매년 사업예산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있지만 그마저도 모금이 어려워 사업 규모를 더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카리타스는 2012년부터 긴급구호 사업을 진행해 올해 3월까지 총 6개 사업에 110만 달러(약 12억 원)를 지원했다. 하지만 아직도 시리아의 눈물을 닦아주기에는 많이 모자란 현실이다.
가톨릭신문과 한국카리타스는 공동으로 ‘시리아 내전 5년 - 눈물을 닦아 줍시다’ 캠페인을 시작한다. 캠페인을 통해 모금된 후원금은 전액 시리아 난민을 위한 긴급구호 사업에 쓰인다.
한국카리타스 이사장 김운회 주교는 “시리아 난민들, 특히 어린이들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우리의 기도와 정성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주교는 또 “가톨릭신문 독자 여러분이 시리아 난민을 위한 기도와 나눔을 적극 실천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 그리스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이 그리스카리타스 직원들로부터 구호물품을 전달받고 있다.
◆ 난민 돕던 청년 카리타스 직원 숨져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시리아 난민들에게 그리스도 사랑을 전하는 국제카리타스 직원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급기야 시리아카리타스에서 일하던 20대 젊은 직원이 숨을 거두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지난 2월 시리아 북부도시 ‘알레포’에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이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모든 도로를 차단하는 봉쇄작전을 통해 반군을 소탕하기 위한 군사 작전의 일환이었다.
이 공격으로 시리아카리타스 알레포 사무소에서 일하던 22살 엘리아스 아비아드씨(사진)가 숨지고 말았다. 교육사업을 담당하며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한 그의 사망 소식에 시리아카리타스 전 직원이 슬픔에 젖었다. 알레포 지역 난민들과 카리타스 직원들은 그를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과 사랑을 나눠주는 선량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의 죽음은 시리아 시민은 물론 봉사단체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알레포 지역 시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자신이 죽을 지 아니면 살 수 있을 지 한 치 앞도 모르는 긴장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 매일 폭탄이 비처럼 쏟아지고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시민들이 죽거나 다치는 장면을 바라봐야 한다.
시리아카리타스 의장 앙투안 오도(Antoine Audo) 주교는 최근 국제카리타스에 보내는 서신을 통해 엘리아스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시리아 청년과 가족들이 처한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었으며 깊은 슬픔과 분노를 함께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예수님께서 시리아와 시리아카리타스가 이를 극복하고 언제나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응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 캠페인 모금 계좌
064-106713-13-432 우리은행
예금주 :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 캠페인을 통해 모금된 후원금은 전액 시리아 난민을 위한 긴급구호 사업에 쓰입니다.
문의 02-2279-9204 한국카리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