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참사 피해자 사진을 걸어 추모하는 ‘기억의 문’이 설치돼 있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꿈 많은 고등학생들을 태운 ‘세월호’ 여객선이 침몰했다. 진실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2주기를 앞둔 지금도 진정어린 사과와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는 세월호 참사를 ‘현재진행형’으로 여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심각한 병폐가 속속 드러났고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 날의 아픔을 앞으로도 계속 기억해줄 것을 촉구한다.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전국 각 교구에서 추모미사가 잇따를 예정이다. 교회는 이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사회 정의를 되찾자는 목소리를 더욱 높여갈 방침이다.
광주대교구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4월 16일 오후 2시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2년 미사’를 봉헌한다.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하는 이날 미사에는 광주와 전남 지역 신자 2000여 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광주대교구 측은 “세월호 참사가 아직 우리에게 끝난 사건이 아니므로 ‘2주기 미사’라는 표현 대신 ‘2년 미사’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에서 참례자들은 아직도 실종자로 남아있는 9명의 시신 수습과 의혹 없는 진상 규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우리 사회 만연한 부정부패와 물신주의를 비롯한 반생명적인 문화를 반성하고 공동선을 위한 지향으로 봉헌된다.
광주대교구는 매주 팽목항 수요미사, 십자가의 길, 9일기도 책자 발행과 배포, 특강, 도보순례 등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아픔을 잊지 않고 그 아픔을 모든 국민과 함께하기 위한 것이다.
세월호 피해 학생들이 다녔던 안산시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수원교구도 4월 7일 안산 화랑유원지 내 야외 음악당에서 합동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이날부터 15일까지를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 9일기도’ 기간으로 정했다. 이어 4월 16일에는 각 본당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특별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대구, 대전, 인천, 춘천, 청주, 의정부교구 등에서도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추모하는 미사와 행사가 개최된다. 대구대교구는 4월 15일 대구 남산동 교구청 내 성모당에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대구 정평위는 추모미사 이전에도 4월 6일부터 14일까지 매일 저녁 성모당에서 9일 기도를 봉헌한다.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4월 15일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대전역까지 침묵행진을 할 예정이다. 인천교구는 4월 16일 답동주교좌성당에서 추모미사를 갖는다. 춘천교구는 4월 16일 죽림동성당에서 추모음악회를 개최하고, 4월 18일 교구 사회사목센터에서 추모미사를 연다. 청주교구는 4월 16일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천주교부스’를 찾아 분향하고 미사를 봉헌한다. 의정부교구도 4월 6일 의정부주교좌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부활절을 맞아 지난달 각 교구장이 발표한 메시지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한국교회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바 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사목서한을 통해 “2년이 다 되어가도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있는 국가의 무책임과 태만을 바로잡으려면 국민 모두가 그날의 충격과 의문과 아픔을 속속들이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또 “우리가 사회적 치매에 빠지지 않고 우리 기억이 힘을 발휘하려면 우리 모두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 이하 특조위)는 3월 28~29일 이틀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차 청문회를 개최했다. 특히 참사 당시 승선했던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강원식 세월호 1등 항해사 등 선원 4명이 증인으로 참석해 관심을 모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특조위는 침몰 당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이 ‘선내 대기’를 지시한 정황을 밝혀냈다. 또 국정원과 청해진해운 측이 수시로 연락하며 식사 대접이 오고가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명확한 증거는 없어 앞으로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세월호 피해자 유족들로 구성된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3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자들의 양심에만 기대기에는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특조위가 제대로 된 조사권한을 가져야 하며, 세월호 특검도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