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작품 ‘홍해를 건너다’.
“주님께 노래하리니, 주님은 영광스러이 승리하셨도다.” 예전에 사용하던 부활성야 제3독서 화답송의 후렴입니다. 광주에서 배움터를 하던 시절이었어요. 매달 새로 가르칠 곡을 써야 하는데 이게 참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였습니다. 성주간을 앞둔 어느 날 잠자리에 누워 있는데 문득 이 시편이 노래가 돼서 막 튀어나오는 거예요.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악보에 옮기기 시작했죠. 그래서 생겨난 노래가 바로 ‘주님께 노래하리니’입니다.
가톨릭 전례 중에 가장 장엄한 전례는 바로 부활성야 전례입니다. 4부에 걸쳐 예수님 부활을 장엄하게 재현하며 그 기쁨을 경축합니다. 1부는 빛의 예식, 2부는 말씀의 전례, 3부는 세례 예식, 4부는 성찬 전례로 구성돼 있지요. 이 가운데 특히 말씀의 전례는 구약에서 7개, 신약에서 하나 그리고 복음 말씀으로 모두 9개의 독서를 통해 구세사 전반을 묵상하게 돼있습니다. 본당에서는 시간 관계상 구약의 7개 독서를 모두 하지 않고 그중 몇 개를 뽑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래도 절대 생략할 수 없는 독서가 바로 제3독서인 탈출기입니다. 이 탈출기는 바로 예수님 부활의 전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의 상황을 한 번 상상해 봅시다. 이스라엘의 온 식구가 가축떼까지 거느리고 부랴부랴 도망을 나오는데 아들의 죽음으로 마음이 변한 파라오가 이들을 모두 몰살시키려고 군대를 동원해 뒤쫓아 옵니다. 설상가상으로 앞이 바다로 막혀버립니다.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했는데, 하느님께서 모세의 지팡이로 바다를 갈라 이스라엘 백성이 마른 땅을 밟고 건너가게 해주십니다. 그리고는 바다를 다시 합쳐 뒤쫓아오던 이집트의 군대와 병거들을 모두 바다에 빠뜨려 버리십니다.
이 일이 내 앞에서 벌어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감격적이겠습니까! 이 벅찬 감동을 생생하게 표현한 노래가 바로 ‘주님께 노래하리니’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힘 있는 가락과 경쾌한 리듬으로 진행됩니다. 북을 곁들이면 훨씬 더 그 박진감이 살아나지요. 얼마 전 배움터에서 이 곡을 가르치며 북을 쳐 드렸더니 수강생 중 한 분이 얼굴이 발갛게 상기돼 “가슴이 벌렁벌렁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막 감동이 솟아나네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렇습니다. 노래는, 특히 전례의 맥과 상통하는 노래는 그래서 기도가 되고 은총의 체험을 배가시키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모세가 하느님의 명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킨 일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명을 받아 온 인류를 죄의 멸망에서 탈출시켜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신 ‘부활’의 예고편입니다. 드디어 모진 수난과 죽음을 이겨내시고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당신 ‘부활의 복’을 고스란히 나누어 주십니다. 이 복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고통에서 환희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저주에서 축복으로, 불안에서 평화로 건너가게 해주는 참 좋은 복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부활의 복’을 한껏 받아 누리십시오.
강수근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됐다. 미국 메리우드대학 음악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학 작곡과를 수료했다. 현재 국악성가연구소 소장과 우리소리합창단(서울) 담당 사제를 맡고 있다.
강수근 신부(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수도회 한국관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