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뜻에 따라 이 땅에 하느님나라를 건설하려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선거에 참여해야 할까. 선거라는 정치 참여 행위를 통해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펼치는 것은 하느님나라 시민으로서 의무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이 꼭 알아야 할 올바른 선거 참여를 위한 팁을 소개한다.
미사 때 선거 입후보자가 참례했습니다. 신자들에게 소개해도 될까요.
- 공지시간에 참례 사실을 알리는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단순 소개를 넘어 특정 정당과 후보자를 선전하는 내용으로 흐르면 위법입니다. 예를 들면 ‘후보 A씨가 우리 성당에 오셨습니다. 환영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정도는 되지만, 강론 때 ‘후보 A씨가 미사에 함께했습니다. A씨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모두 기도합시다’라고 하는 행위는 안 됩니다. 후보의 경력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본당 사목자와 신자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려도 되는지요.
- SNS에서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후보나 지역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적시·유포하면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흑색선전을 올릴 경우 SNS 특성 상 개인에게만 메시지를 보내도 다른 사람에게 쉽게 퍼지기 때문에 선거법 상 규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당에서 마련한 자선행사에서 후보자가 기부금을 낸다고 합니다. 기부금을 낼 경우 행사 책자에도 기재가 됩니다. 문제가 될까요.
- 자선행사를 주관하는 종교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행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부자인 후보자가 직접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행사 책자의 경우 기부 내역을 게시할 때는 내용과 방법에 있어 후보자에 대한 선전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면 됩니다.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런 논란을 없앨 수는 없는 것일까요.
- 선거 부정은 정통성과도 관련된 문제여서 논란이 생긴다는 자체가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다행히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부터 각 투표구별 ‘개표상황표’를 공개하기로 해서 부정선거 논란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개표상황표를 개표소 내부에만 공개했고 개표소 밖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어 부정개표 의혹이 제기돼 왔던 게 사실입니다. 다만 개표소 별 개표상황표가 많아 개표소 밖에 게시할 공간이 적절치 않아서 외부에 게시는 하지 않고 개표소 밖에 있는 유권자가 요구할 경우 복사해서 사본을 주기로 했다고 하니 주권자로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부정행위를 발견하면 선거관리위원회(대표전화 1390)나 경찰관서에 적극 알리는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하겠습니다. 이 또한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니까요.
본당 신자인 후보자가 선거를 앞둔 시점에 성당에서 강연회를 연다고 합니다.
- 후보자가 평소 다니던 성당 행사에 참석해서 선거와 무관하게 강의나 기도 등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평소 다니지도 않던 본당에서 하는 것은 후보자를 선전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행사 중 선거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면 불법 선거운동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주보나 소식지 등에 신자인 후보의 입후보 사실을 기재하면 문제가 되나요.
- 신자의 동정을 알리는 차원에서 주보나 소식지 등에 신자의 입후보 사실을 알리는 건 무방합니다. 그러나 후보를 인터뷰해 주보나 소식지에 싣고 이를 지역주민에게 배부하면 특정 후보를 선거구민에게 지지·추천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성당 내 서점이나 카페에서 선거 후보자가 낸 책이나 테이프 등을 판매해도 되나요.
- 후보자가 성당 등에서 특강을 할 때 관련 서적이나 테이프를 정가에 판매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지역주민에게 무상 제공하거나 정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은 선거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