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는 병인년 순교성인 5위의 순교일인 3월 30일을 맞아 순교의 의미를 되새기는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5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5층 대회의실에서 개막된 2016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한국교회 역사상 가장 혹독한 박해로 기록되는 병인순교 150주년을 보내는 올해, 주교회의가 이 순교의 의미를 되새기는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병인년 순교성인 5위의 순교일인 3월 30일을 맞아 사목교서를 발표,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이들의 피가 신앙의 씨앗이 되어 오늘날 한국교회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음을 확인했다.
주교회의는 사목교서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신해박해(1791), 신유박해(1801), 기해박해(1839), 병오박해(1846), 병인박해(1866)를 거치며 100여 년 동안 모진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면서 “특히 10년 가까이 지속된 병인박해는 한국 천주교회의 근간을 뿌리째 흔든 혹독한 시련기”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해시기에 신자들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지금의 교회가 있을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희생했고, 1만여 명의 순교자들은 500배의 열매를 맺어 현재의 한국교회를 성장시켰다고 전했다.
또한 주교회의는 “우리도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라 또 다른 밀알이 되어 인류의 구원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를 소망한다”면서 “한국교회의 신자들이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라 풍성한 구원의 열매를 맺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병인순교 관련 사목교서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병인순교 100주년이었던 지난 1966년,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는 “병인년 순교 100주년 교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교회는 이 교서를 통해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과 두 번째 사제 최양업의 양성을 포함, 한국인 신학생과 사제 양성에 힘쓴 파리 외방 전교회 활동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현한 바 있다.
이번 사목교서에서 주교회의는 한국교회 성장과 발전을 위해 헌신한 메리놀 외방 선교회와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등의 선교사들, 성 베네딕도회 덕원수도원 수도자들과 그 밖의 여러 수도회의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이어 한국전쟁 시기에 순교한 선교사들을 기억하면서 그들의 시복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기원했다.
또한 주교회의는 사목교서를 통해 평양교구의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순교자들을 비
롯해 근·현대 시기의 순교자들과 증거자들, 침묵하고 있는 북녘 교회를 기억했다. 공산체제가 들어서기 전 북한에는 57개 본당과 80여 명의 사제, 180여 명의 수도자, 5만2000여 명의 신자들이 있었다. 주교회의는 교서에서 “70년간 지속되어 온 침묵의 북녘 교회가 신앙의 자유를 하루 빨리 되찾고, 헤어지고 갈라진 형제들이 서로 용서하고 진정한 일치를 이루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갈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교회의는 순교 정신을 잇는 한 방편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애덕 실천을 강조했다.
주교회의는 “우리는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선의와 경험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면서 “이러한 자세가 없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교회의는 자비의 특별 희년과 병인순교 150주년을 함께 기념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을 본받아 하느님의 선하심과 온유하심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자비의 도구로 살아갈 것을 결심할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느님처럼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들, 원수까지도 용서할 것과 하느님을 떠나 방황하는 이들이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도록 봉사할 것을 권고했다.
병인박해는 조선 말기인 1866년에 시작되어 약 10년간 계속됐고, 박해 초기 5년 만에 8000여 명에 이르는 신자들이 처형되거나 희생됐다. 고종의 후견인으로 정권을 장악한 흥선대원군이 유교적 국가 체제를 강화하고자 개혁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가혹한 천주교 탄압과 박해가 이어진 것이다.
병인순교자들의 시복을 위한 자료 조사는 1876년경 시작됐고, 시복 심사를 거쳐 24위 순교자가 1968년 복자 반열에 올랐다. 또한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 병인순교복자 24위와 먼저 시복된 기해, 병오박해 순교자 79위(1925년)를 합해 모두 103위를 시성했다.
2월 23일 새남터성지에서 봉헌된 서울대교구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의 해 개막미사.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