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군종교구 자운대본당 ‘샛별의 모후’ 쁘레시디움
열정으로 뭉친 군인 아내들 “성모님께 충성!”
잦은 이사에도 1000차 주회 돌파
미사 후 병사들 위한 라면 제공 등
꾸준한 봉사로 부대 복음화 헌신
군종교구 자운대본당 ‘샛별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3월 31일 주회에서 유현상 신부의 강복을 받고 있다. 사진 ‘샛별의 모후’Pr. 제공
군종교구 자운대본당(주임 유현상 신부)에는 직업군인의 아내들이 주축이 된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샛별의 모후’(단장 최봉연)가 활동하고 있다. 샛별의 모후는 어김없이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20분 자운대성당 교리실에 모여 주회를 연다. 5월 중에 샛별의 모후 단원들은 본당 사목자와 수도자, 신자들과 함께하는 깜짝 축하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5월 12일 맞이하는 1050차 주회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샛별의 모후는 1996년 4월 21일 설립 인가를 받아 지난해 5월 28일 1000차 주회의 감격을 누렸다. 민간교구 레지오 단원이라면 ‘레지오 1000차 주회가 그렇게 대단한가? 1050차 주회라고 이벤트를 준비하는 건 또 뭔가?’라고 생각하기 십상일 것. 한국교회에서 63년의 역사를 지닌 레지오는 3000차 주회는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간혹 시각장애인 레지오나 소년 레지오처럼 구성원이 특수한 경우는 1000차 주회도 대단한 기록으로 인정된다. 군종교구에서도 1000차 주회를 넘긴 레지오는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직업 군인들 특히 장교들은 보통 1~2년마다 부대를 옮기다 보니 매주 주회 개최를 예외 없는 철칙으로 지키는 레지오가 군 본당에서 이어져 온다는 것은 보통 의지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샛별의 모후 최봉연(비안카·53) 단장도 직업 군인인 남편(하상 바오로)과 1988년 결혼해 28년 동안 25번이나 이사를 다녔다. 최 단장은 지난해 1000차 주회 축하식을 준비하며 샛별의 모후가 걸어온 역사를 정리했고 자연히 역대 단장들의 발자취도 알게 됐다.
“당시 자운대본당 주임이던 구성진 신부님과 역대 단장님들을 초대해 샛별의 모후가 1000차 주회를 맞이하기까지의 역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축하식에는 오지 못한 오래전 어느 단장님이 단원 한 명도 없이 혼자서 3개월 동안 주회를 하면서 버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한 샛별의 모후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샛별의 모후도 1000차 주회를 돌파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에는 단원이 3명으로 줄어 잠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올 1월부터 전 단원들이 단원 늘리기에 팔을 걷어붙여 지금은 단원 수가 10명으로 늘어 탄탄한 기반을 쌓았다.
최 단장은 남편이 진급을 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진급 여부에 명암이 갈리는 직업군인과 가족들의 냉혹한 현실에서 의외의 이야기였다. “남편이 진급을 했다면 어디론가 또 이사를 가야 했을 것이고 저도 교만해졌을지 모릅니다. 남편이 진급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운대본당 샛별의 모후에서 레지오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고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여러 단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남편과 저 모두 신앙인으로서 영글게 된 점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인의 아내들이어서 그럴까. 샛별의 모후 단원들은 레지오 활동에 대한 열의가 상상을 초월한다. 회계를 맡고 있는 이진영(카타리나)씨는 단원들의 열정적인 기도에 힘입어 올해 주님 수난 성 금요일인 3월 25일 아기를 순산했다. 출산한 지 겨우 2주가 지났지만 레지오 주회에 다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서기 최혜민(카타리나·33)씨는 5살 아들을 매일 같이 왕복 1시간을 운전해 어린이집에 등하원시키면서도 주회에 가장 먼저 나와 회합실을 청소하고 주회 제대를 차린다. 부단장 권수현(엘리사벳·46)씨는 세례 받은 지 이제 2년밖에 안 됐지만 1년3개월째 부단장이란 중책을 맡아오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평단원 김지영(효주 아녜스)씨는 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휴가를 내거나 휴가를 낼 수 없으면 주회 전에 회합실에 먼저 들러 기도를 바치고 출근한다.
누구보다 최 단장은 자운대본당 모든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물론 성물방 봉사를 하면서 새로 전입 온 신자들에게 일일이 레지오 가입 권유를 하고 있다. 현 단원 10명 중 9명이 최 단장의 권유로 샛별의 모후에 가입했다.
샛별의 모후 단원들은 외부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매주 월요일에는 대전 정림동 살레시오 청소년 수련원에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방과 세면장, 화장실을 청소한다. 김장이나 이불 갈이 등 일손이 급하게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수련원으로 달려가는 것도 샛별의 모후 단원들이다. 매년 부활과 성탄에는 수련원에서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자필 편지를 받곤 한다. 또한 매주 수요일 저녁 자운대본당 병사 미사 후에는 구역 신자들과 함께 150명 분의 라면을 끓여 병사들을 먹이고 있다. 병사들은 “이 라면 맛 절대 못 잊어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곤 한다.
샛별의 모후 단원들은 자신들의 신앙 성숙은 물론 군인 남편과 가족, 부대원과 이웃들의 복음화에 몸과 마음으로 헌신하는 주역이다.
지난해 5월 28일 열린 ‘샛별의 모후’ 쁘레시디움 1000차 주회 기념식. 사진 ‘샛별의 모후’Pr. 제공
대전 정림동 살레시오 청소년 수련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단원들. 사진 ‘샛별의 모후’Pr. 제공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