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시 음악회에서 이해인 수녀가 청중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3월 30일 오후 8시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이해인 수녀의 ‘부활의 기쁨으로 함께 읽는 시’ 음악회는 아름다운 시와 음악이 만나 부활과 신앙, 삶의 기쁨과 행복을 노래한 음악 피정이었다.
소프라노 강혜정(보나)씨가 부른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로 막을 올린 음악회는 성직자, 수도자들을 비롯해 800여 명 관객이 모인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기쁨의 불을 놓게 하소서’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이해인 수녀의 첫 시집 「민들레 영토」(1976년) 출간 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마련돼 더욱 의미가 컸다.
이해인 수녀는 ‘기쁨의 불을 놓게 하소서’, ‘이제 당신이 오시어’, ‘부활절의 기도’, ‘어서 빛으로 일어나’ 등 직접 고른 시를 낭송하고 각 시에 얽힌 소회를 나눴다.
‘사랑의 길 위에서’ 시를 소개하면서는 “수도자의 길을 가는 입장에서 유언과 같은 시”라고 했고, 2008년 대장암 판정을 받은 후 입ㆍ퇴원을 반복하는 암 투병 중에 지었던 ‘신발의 이름’에 대해서는 “신발을 신는 것이야말로 삶을 신는 것이고, 희망을 신는 것이라는 묵상 속에 떠오른 글”이라며 일상의 충실함과 기쁨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외에도 ‘작은 기쁨’, ‘행복의 얼굴’, ‘쓸쓸한 날의 기도’ 등 일상의 기쁨과 관련된 시들이 방송인 김세원(율리아나)씨 낭송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졌다.
“항상 기뻐하는 이의 마음에/ 더 많은 기쁨의 씨앗을/ 뿌려주시는 주님, 저로 하여금/ 아무리 작은 씨앗이라도 /정성껏 가꾸어 꽃피우게 하시고/ 잘 익은 열매에서 짜 낸/ 향기로운 기쁨의 즙을/ 이웃에게도 한 잔씩 건네주며/ 당신을 찬미하는 매일이 되게 하소서.”
관객들도 시 읽기에 참여했다. ‘기뻐하게 하소서’ 시를 이해인 수녀와 함께 낭독하며 이 수녀의 맑은 시어들을 소리로 음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순서에는 다문화 가정 신융희(타이 티 또 웅웬, 미카엘라)·전예은(쩐 티 끼우 니, 효주 아녜스) 자매가 베트남 전통 의상 차림으로 출연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에서 근무하고 이들은 ‘생일을 만들어요, 우리’, ‘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 등 두 편의 시를 나눴다.
‘문화가 있는 명동’ 3월 프로그램으로 준비된 음악회는 시낭송과 독창 피아노 실내악 등 음악 연주가 함께하는 새로운 ‘시 음악회’ 형식으로도 호평을 얻었다.
본당 주임 고찬근 신부는 “이해인 수녀님의 첫 시집 출간 40주년을 기념하면서, 많은 이들이 명동성당에서 수녀님과 함께 마음에 시를 담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악회를 준비했다”고 밝히고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시와 노래로 어우러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