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후 누워 있는 카니스카양.
봄. 그러나 봄빛 속을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채 하느님나라로 갈 뻔했던 소녀가 있다. 네팔 소녀 카니스카 샤캬(Kanishka Shakya)양의 몸무게는 10kg도 채 안 된다.
한국 나이로 5살인 소녀의 몸무게가 생후 14개월 아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제왕절개 수술로 9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 카니스카양은 생후 5개월에 폐렴에 걸려 병원을 찾았다가 심장병을 발견하게 됐다. 심장 내의 삼첨판막과 승모판막 등 2개의 판막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심각한 심부전과 폐동맥 고혈압을 앓아야 했다. 또래 아이들처럼 뛰노는 건 고사하고 일어서기도 힘들었다.
새해 봄을 넘길 수 있을지…. 기도 속에 하루하루를 넘기던 카니스카양 가족에게 봄 햇살이 비친 건 한국의 은인들 덕분이었다. 라파엘인터내셔널과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심장병수술팀 봉사단장인 김웅한 교수(베네딕토·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가 지난 1월 네팔을 방문했을 때 카니스카양에게 사랑의 햇살이 가닿았다.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몇 개월도 넘기기 힘든 상황. 급하게 한국으로 이송된 카니스카양은 지난 2월 4일 서울대병원에서 삼첨판막 성형술과 승모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다. 사랑의 피가 다시 돌게 되는 기적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심장이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해 23일 체내에 심박동 조율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또 받아야 했다.
여태껏 누려보지 못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면서도 카니스카양의 심장은 하루가 다르게 힘을 찾아갔다. 드디어 3월 11일에는 퇴원해 네팔의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난생 처음 혼자 힘으로 7~8 걸음을 뗄 수 있게 됐다. 더디지만 몸무게도 조금씩 불어나고 있다.
카니스카양의 아빠 트리라트나 샤캬(Triratna Shakya)씨는 한국의 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카니스카가 다른 아이들처럼 공원과 학교에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카니스카가 미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자신과 같은 심장병 환자들을 돌볼 수 있게 된다면 매우 자랑스러울 것”이라며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카니스카양이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술 전 심장 기능 저하가 워낙 심각해 회복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퇴원 후에도 오랜 기간 심부전에 듣는 약을 먹어야 하고 폐동맥 고혈압도 치료해야 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는 5~10년에 한 번, 성인이 되면 10년에 한 번씩 인공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또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심박동기를 점검 받아야 하는데다 5년에 한 번은 배터리를 교체하는 시술을 받아야만 한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어느 것 하나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라파엘클리닉’ 영성위원회 허석훈 신부는 “힘겹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어린 소녀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선물하고 싶다”면서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로 루카 복음사가는 우리도 ‘자비를 베푸는 사람’으로 누군가의 ‘이웃’이 되는 기쁨을 누리라고 초대하고 있다”며 사랑 나눔을 호소했다.
※성금계좌※
신한은행 100-031-322412 예금주 라파엘인터내셔널
모금기간 : 4월 6일(수) ~ 4월 26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2-762-7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