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서 ‘한국문화의 향연’ 준비하는 김영자 박사
“독일 수도원에 펼쳐질 한국문화의 美 기대하세요”
가야금 산조·전통 혼례식 재현 등
문화예술 다양한 면모들 소개
수도원 내 한국관 재개관 기념 의미
“독일과의 문화 교류 새 장 되길”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6월 24~25일 열리는 ‘한국문화의 향연’ 중 소개될 국악공연.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제공
오는 6월 24~25일 독일 상트 오틸리엔(St. Ottilien) 수도원에서는 ‘한국문화의 향연’이라는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한국의 선교역사가 조명되는 ‘동소문 별곡전’으로 막을 올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궁중음악, 전통춤과 가야금 산조, 전통 혼례식 재현 등 한국 문화의 다양한 면모들이 소개된다. 또 전통수공예,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시간과 함께 한지 공예 체험 같은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규모나 내용 면으로 독일 내에서 보기 드문 한국 문화 행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지난 2월 12일~3월 28일 전야제 행사가 시작됐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일생’ 판화전으로 진행된 전야제는 5월 13일부터 6월 11일까지 열리는 정미연(소화 데레사) 화백의 전시회 등으로 이어진다.
이 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자(막달레나) 박사는 2005년부터 오틸리엔 수도원 선교박물관의 한국관 학예사 및 자문위원을 맡고 있고 수도원 문화사업 중에서 한국과 관련한 내용을 전담하고 있다. 자신을 ‘한국관 자원봉사직 큐레이터’라고 소개했다.
“수도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한국문화 행사는 처음이라 기대가 크다”는 김 박사는 “한국 고유 문화의 멋과 우수성을 독일 및 세계에 알리는 것이 행사의 가장 큰 취지”라고 했다.
계기는 지난해 10월 있었던 수도원 선교박물관의 한국관 재개관이었다. 당시 전시유물의 보수, 보존처리, 유물 정리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문화계의 협조가 컸던 상황. 한국문화의 향연은 이러한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수도원과 김 박사가 준비한 재개관 축제라 할 수 있다.
“전통음악, 춤, 혼례, 한복의 멋을 알리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참석할 한국인들에게 모두 한복 착용을 부탁드렸어요. 현지인들에게 살아있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싶어서요.”
김 박사와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과의 인연은 2005년 당시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아빠스가 선교박물관의 한국 유물 정리를 의뢰하면서 이어졌다. 1974년 레겐스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이 대학 시립박물관 학예사로 일했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쳤다. 65세 정년으로 대학을 떠난 상태였던 김 박사는 이후 국립민속박물관과 공동 작업으로 유물을 찾아내고 정돈하며 재개관 작업을 이끌었다.
“‘사망’ 직전의 한국 유물들을 새롭게 단장하고, 더 많은 유물을 창고에서 찾아낸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는 김 박사는 “지금 한국관은 3년 전에 비하면 어디 내놓아도 만족스런 상태”라고 했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과의 작업에 대해 김 박사는 “38명 수도자들이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한국 땅에서 신앙을 증거하며 순교했다”면서 “미약하나마 자원봉사를 통해 이렇게 목숨을 바친 수도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은 김대건 성인의 유해가 성당 제대 아래에 보관돼 있는 성지이기도 합니다. 또한 수도원 곳곳에 한국의 정신이 묻어 있습니다. 이번 행사가 이러한 수도원의 의미를 독일 사회와 나누고 한독 문화예술 교류의 새로운 장으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계속적인 관심도 부탁드립니다.”
김 박사는 앞으로 여건이 허락된다면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자료에 비친 한국의 근대역사문화를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전야제에 소개됐던 김기창 화백 ‘예수의 일생’ 중 한 작품.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