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시노드 후속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어떤 내용인가
이혼 후 재혼자 등 교회 공동체 참여의 길 열다
영성체 등 구체적 언급 대신 전례서 배제 않도록 식별 요청
현대 가정이 처한 다양한 상황
제대로 이해하고 도울 것 강조
가정 관련 교리와 윤리 고수
동성애자 존중 언급하면서도 결합 인정 않는 입장 재확인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오른쪽)이 4월 8일 가정에 관한 시노드 후속권고 「사랑의 기쁨」 발표 자리에서 제본된 책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정에 관한 시노드 후속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에서 그리스도교가 갖고 있는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이상을 강력하게 재확인했다. 한편 교황은 교회 밖에서 결혼한 부부, 동거 중인 커플, 이혼 후 사회 재혼 부부 등 ‘불완전한 방법으로’ 결합된 부부들이 교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진보적인 통합을 향한 길을 열었다.
동반과 식별, 통합
교황은 「사랑의 기쁨」의 목적이 그리스도교회의 이상에 부합되지 않는 부부들을 배척하지 않고 통합시키려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교황은 이들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동반과 식별, 통합’을 제시했다. 이는 2014년과 2015년 열렸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 유행한 단어들이었고,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교황의 접근법의 중심이다.
통합이라는 개념은 255페이지에 이르는 이번 후속권고의 주요 요소로, ‘모두에게 다가가’ 이들이 교회 공동체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합법적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한편 이를 통해 ‘하느님의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자비’를 경험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교황은 “그 누구도 영원한 저주에 머무를 수 없다”면서 “이는 복음의 논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접근은 이혼 후 사회 재혼 부부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된다.
“통합의 논리는 이들을 위한 사목활동의 열쇠가 되어야 합니다. 이들이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교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 기쁘고 열매 맺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들은 세례 받은 신자들이며 우리의 형제자매입니다. 성령께서는 이들의 마음에 모두를 위한 선물과 재능을 부어주셨습니다. 이들은 교회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전례와 사목활동, 교육 및 교회기구에서 이들의 배제를 극복하기 위해 식별의 과정이 필요합니다.”(「사랑의 기쁨」 299항)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의 문 열어 둬
교황은 제8장 내용이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제8장은 분명히 목자들과 가정 사목 종사자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는 이들의 말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고, 그들이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체험하도록 도울 것을 권유하고 있다.
엄청나게 광범위한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교황은 시노드나 이번 후속권고 모두 “본질적으로 교회법적이며 모두에게 적용되는 새로운 일반 규범”을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신 “개별 상황에 대한 책임감 있는 개인과 사목자의 식별”을 주문하고, 사목자에게는 교회의 가르침과 주교의 지침에 따라 (이혼 후 사회적으로 재혼한) 이들을 동반하고 이들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울 것”을 명시했다.
복잡한 이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교황은 “어떤 ‘불규칙’ 상태에 있는 모든 이들이 대죄에 빠져 살고 있으며 하느님의 은총에서 배제된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자비의 문을 열어 둔 것이다.
교황은 통합의 길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느 것도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동반과 식별이 수반되고, 성사를 포함한 자비의 문은 열려 있다. 하지만 2015년 시노드 최종문서에도 그랬지만, 이번 후속권고에서도 이혼 후 사회 재혼 부부와 관련해 영성체라는 단어는 각주에 2회 나왔을 뿐, 본문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전례라는 광의의 단어가 사용됐다.
원칙 고수하며 다양한 해석의 길 열어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은 가정에 관해 전 세계에서 이뤄진 협의와 두 번의 시노드의 열매이지만 교회 원칙에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교황은 「사랑의 기쁨」 서문에 “교리와 윤리, 사목적 이슈에 대한 모든 논의가 교도권을 통한 교황의 중재로 나타날 필요는 없다”면서 “교회 안에서 가르침과 수행의 일치가 분명 필요하지만 가르침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나 이를 통해 나타나는 다양한 결과를 억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성령께서 우리를 완전한 진리로 이끌 것이며, 각국과 지역에서 문화와 전통, 지역의 필요성에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사랑의 기쁨」 3항 참조).
교황은 일반 원칙을 모든 개별 상황에 직접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깊이 통찰하고 있다. 「사랑의 기쁨」은 개별 상황은 모두 복잡하다는 것, 식별의 과정에는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교회 가르침 모아
제8장 외에 이번 교황 권고에 있는 나머지 8개 장도 간과할 수 없다. 교황은 1장에서 “성경은 가정과 인물의 탄생, 애정사, 가정의 위기”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성경의 렌즈를 통해 가정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교황은 “서로 사랑하고 자녀를 얻은 성경의 부부들 이야기는 창조주이자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권능을 보여주는 진실하고 살아있는 아이콘”이라고 강조했다.
제2장에서 교황은 오늘날 가정이 겪고 있는 현실과 도전을 살펴봤다. 그는 이주와 전쟁, 빈곤, 주거불량, 실업, 마약중독이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교황은 전형적으로 이상적인 가정은 없으며, 각자 다른 현실로 모자이크를 이룬 도전 받는 가정이 있을 뿐이라고 인식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도전이라고 여겼다(「사랑의 기쁨」 57항 참조).
이어 제3장에서는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본 가정의 성소를 초점으로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설명했다. 교황은 이 장에서 결혼에 대한 가르침,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바오로 6세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보여준 자녀에 대한 열린 마음 등을 담았다.
‘결혼 안의 사랑’ 제목의 제4장에서 교황은 바오로 사도의 사랑관이 담긴 코린토 1서를 묵상하면서, 부부간의 사랑을 키우고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부모와 자녀, 형제, 노인, 친척과 친구 등 다양한 관계로 열매 맺는 가정의 사랑(5장) ▲가정에 대한 사목적 관점들(6장) ▲윤리적·신앙적·성적 측면을 포함하는 자녀 교육(7장) ▲약하고 고통 받는 교회 구성원들에 대한 자비와 사목적 식별의 필요성(8장) ▲혼인과 가정의 영성(9장)이 이어졌다.
동성애 결혼 반대 입장 공고히
특히 6장에서, 교황은 가정의 맥락에서 보는 동성애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동성애자들은 존중받아야 하며 이들에 대한 어떠한 불의한 편견을 비롯해 이들에 대한 공격과 폭력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은 “동성애자간의 결합을 결혼과 가정을 위한 하느님의 계획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고 오히려 어떠한 유사점도 없다”면서 동성애자간 결혼을 거부하는 교회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회의 가르침은 분명합니다.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맺는 것입니다. 동성 결합은 그리스도인 혼인과 동등한 차원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사랑의 기쁨」 251항 참조)
한편, 시노드 후속 권고가 너무 길다는 것을 인정한 교황은 “너무 급하게 이 권고를 읽으려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교황은 모든 사람이 「사랑의 기쁨」의 실천을 서두르기보다는 그 내용을 먼저 천천히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랑의 기쁨」은 교회와 교회의 목자들이 가정에 관한 초점을 바꾸도록 제안하고 있다면서, “사랑에 상처를 받아 고통 당하는 모든 이와 동행하고, 통합하고, 가까이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10월 24일 바티칸 시노드홀에서 열린 가정 주제 세계주교시노드 모습. 한 회기에서 아기를 안은 한 여성이 시노드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CNS 자료사진】
최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