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축성미사 후 사제들의 기념촬영.
지난 월요일에는 룸벡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성유축성미사가 있어서 표창연 신부님, 정지용 신부님과 함께 룸벡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성 목요일 오전에 성유축성미사가 있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지만, 4년 전 마쫄라리 주교님이 돌아가신 후 지금까지 이곳 룸벡교구에 교구장님이 임명되지 않으신 상황이어서, 멀리 얌비오교구의 교구장 주교님이 대신 성유축성미사를 집전해 주시기로 한 이유로 일정을 앞당겨 성주간 월요일에 성유축성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룸벡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도착하셔서 모여 계셨습니다. 톤즈에 계신 이해동 신부님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제가 4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이미 오랜 시간을 이곳에서 지내오신 신부님들을 만나 뵈면서 자기소개와 함께 선교지에서의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에 대해 질문을 드리곤 했는데, 이제는 제가 어느덧 새로 부임한 신부님과 수녀님들을 만나면서 그러한 인사와 질문을 받게 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나이로는 제가 가장 젊지만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서로 나누는 인사는 “잘 지내?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이지요. 마찬가지로 사제, 수도자들이 오랜만에 만났을 때 서로 나누는 인사는 “그곳 선교지에서의 생활은 어때요? 어떻게 지내요?”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늘 답변하기 힘듭니다. 지내오면서 겪은 일들과 생각들은 많지만 막상 선교지의 삶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당황하곤 합니다. 그래서 늘 잠깐 고민하고 웃으며 “Very good~(매우 좋습니다~)”라고, 어떻게 생각하면 다소 피상적이고 성의 없는 답변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성유축성미사 안에서 주교님께서 강론 중에 “각자 다른 국적, 다른 언어를 가진 여러분들이 이곳에 선교사로 부름 받아 오게 된 것은 주님의 축복입니다. 그러므로 누가 여러분에게 ‘How are you?(안녕하세요?)’라고 인사 한다면 고민하지 말고 ‘I am blessed(저는 축복받았습니다)’라고 대답하십시오”라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주교님의 이 말씀으로 미사에 참여한 모든 사제와 수도자들이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안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엉뚱한 대답일 수 있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표현으로 다소 ‘오글거리는’ 대답입니다.
하지만 미사가 끝난 후에 만난 이들과 안부인사를 나누면서 “저는 축복받았습니다”라는 대답을 실제로 해보니 확실히 느낌이 달랐습니다. 어느 수녀님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그 수녀님도 주교님이 당부하신대로 대답했습니다. “저는 축복받았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대답을 하는 수녀님은 자신감이 넘쳐보였고, 그 대답으로 인해 인사를 건넨 저 또한 힘을 얻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부를 묻는 인사에 답하는 정말 기발하고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눕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어떻게 지내?”라고 묻는다면 “나는 축복받았어”라고 대답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혹시 힘들고 지쳐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위로와 용기를 주님으로부터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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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