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32차 정기포럼
사춘기 청소년 의식 형성… 신앙과는 거리 멀어
현정수 신부, 중2 청소년 10명 면접 분석결과 발표
청소년들과의 대화 토대로 새로운 사목 전략 제시
현정수 신부가 4월 4일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주최 정기포럼에서 ‘중2, 누구냐 넌’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제공
교회 청소년들과 일반 청소년들 사이에 의식 차이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은 청소년사목토착화연구회 회장인 현정수 신부(수원교구 안양 비산동본당 주임)가 4월 4일 오후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심상태 몬시뇰, 이하 연구소) 주최 제32차 정기포럼에서 내놓았다.
연구소 수원본부 강의실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현 신부는 ‘중2, 누구냐 넌’을 주제로 발제를 맡아 중학교 2학년 청소년 10명에 대한 실증연구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중2는 ‘중2병을 앓는다’고 표현될 정도로 사춘기의 정점에 있는 연령대다.
현 신부는 중2 청소년들에게 ‘여러분들이 세상(성인들, 교회)에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라는 간단한 질문을 던져 심층면접을 실시한 결과 ▲“건드리지 마세요” ▲“가르치려 하지 마세요” ▲“너나 잘하세요”라는 대체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답변은 ▲“믿고 기다려 주세요” ▲“어설픈 것은 싫어요. 선택은 우리가 해요” ▲“그것에는 관심 없습니다”라고 바꿔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분은 어느 때 마음을 열고 대화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는 ▲재미있을 때 ▲멋있어 보일 때 ▲행복할 때라는 3가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현 신부는 이 심층면접 결과를 토대로 “청소년사목의 주도권은 이제 청소년에게 있는 만큼 청소년들에게 재미있는 콘텐츠와 멋있는 브랜드로 풍부한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목 전략을 제시했다.
현 신부는 중2를 냉소와 허세를 멋으로 알고 또래 집단을 형성함으로써 무서울 것 없는 세력 속에 자신을 감출 줄도 아는 용기가 생기는 시기라고 정의하면서 “교회 청소년과 일반 청소년 사이에 의식 차이가 거의 없는 점은 청소년 사목에 있어 ‘불편한 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교회가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현 신부는 성인 65명과 중2 청소년 53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성인(어른)들이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과 청소년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분석한 결과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회 청소년과 일반 청소년들 사이에 의식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성인과 청소년들 간에는 청소년의 존재 이해에 대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 신부는 이와 관련해 “더 이상 권위적 가치와 전통적 질서가 과거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현 신부는 향후 청소년사목의 비전으로 ▲시대가 변한다 해도 청소년들의 모습과 가치는 주체적이고 체험적이고 영적이다 ▲청소년사목의 희망은 청소년들에게 있다 ▲청소년사목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창조적이고 융합적이며 유연한 사고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사제가 움직여야 교회가 움직이고 수도자가 웃어야 교회가 웃고 평신도가 활동해야 교회의 꽃이 핀다는 4가지를 도출해 냈다.
연구소 소장 심상태 몬시뇰은 인사말에서 “변화하는 사회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청소년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접근해 청소년사목의 비전을 고민하기 위해 이번 정기포럼을 열었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