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단체 ‘한끼의 식사기금’ 설립·운영하는 윤경일 이사장
“아프리카·아시아 오지 오가며
한끼도 못 먹는 이들 위한 나눔”
2004년 10여명으로 설립
12년만에 4000여명 성장
식량·교육 지원 등 활동
윤경일 이사장이 캄보디아 오지마을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윤경일 이사장 제공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길, 그저 충실히 따라 걸을 뿐입니다.”
10년 넘게 경남 밀양 ‘오순절평화의마을’에서 진료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던 어느 날, 불현듯 누르기 힘든 갈증이 밀려왔다. 몸은 힘들지만 한 번도 기쁨에 허기져 본 적 없던 삶에 또 다른 물길이 나려고 일어난 변화는 무섭게 그를 다그쳤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더 큰 아픔에 짓눌려 있을 이들의 삶이 제 안으로 들어온 순간이었습니다.”
부산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사)‘한끼의 식사기금’(이하 한끼) 윤경일(아우구스티노·57·부산 좌동본당) 이사장의 눈길은 이내 어느 먼 하늘 아래를 더듬는 것 같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로 지난 삶의 반 이상을 아픈 이들을 만나온 윤 이사장. 그런 그에게 나라 밖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삶은 또 하나의 소명처럼 다가왔다.
2004년 속리산에서 열린 마리아폴리는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삶에 있어 새로운 물꼬가 됐다. 행사 중 ‘원격 입양’을 제안 받은 그는 그때까지 자신의 눈길이 닿지 않았던 지구촌 가난한 이들을 향한 생각이 부쩍 자라나기 시작했다.
한 번 마음속에서 싹트기 시작한 열망은 도무지 식을 줄 몰랐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국제구호단체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한 끼도 잇기 힘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한 끼를 기꺼이 내놓는 나눔의 마음으로 임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이름도 직접 지었다. 그해 11월 한끼는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창립 후 6개월간 모금 활동을 펼쳤다.
마련한 기금으로 2005년 4월 방글라데시 북쪽 찔마리 지역과 브라마푸트라 강 유역에서 식량구호사업을 시작했다. 2000여 명에게 쌀 20㎏씩을 나눠줬다. 현지 NGO단체와 힘을 모아 화장실과 식수대를 설치하는 활동도 펼쳤다.
2009년에는 현지에 지부까지 설립하고 여성위생, 섬유디자인과 재봉기술 등 자활교육, 초등생 대상 컴퓨터교육 등의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2006년 1월에는 캄보디아에 학교 건립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6월부터 놀이터 건설 등 교육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에티오피아의 한국전 참전용사 후예 마을인 코리안빌리지 주변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를 개설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9년 10월 네팔에서 여성문맹자를 대상으로 교육 공간을 열어 영어와 수학 등을 가르쳐오고 있다. 순간순간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그 무엇인가가 늘 그를 붙들어 세웠다.
“말도 통하지 않는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주님의 목소리를 듣던 감동이란….”
연중 주어지는 휴가 대부분을 가난한 이들이 있는 현장에서 보내온 지난 삶. 아프리카 짐바브웨, 탄자니아 등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한 번도 마다한 적이 없다.
그런 덕에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등 해외 세 곳에 현지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지부가 운영될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네팔,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현지 NGO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구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0여 명으로 시작한 사업은 회원 4000여 명의 단체로 성장했다. SNS 등을 통해 한끼를 거쳐 간 사람도 4만 명이 넘는다.
윤 이사장은 최근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지를 오가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해온 자신의 삶을 담은 책 「우리는 모두 같은 꿈이 있습니다」(서교출판사/369쪽/1만5900원)를 펴냈다. 자신의 남은 능력까지 이끌어 내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내놓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책 판매 수익은 모두 한끼 활동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자신만을 향한 눈길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공동선에 눈길을 열어둘 때 어느 새 자기 옆에서 함께하고 계신 주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윤경일 이사장 저 「우리는 모두 같은 꿈이 있습니다」 책 표지.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