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보내준 병아리 인형으로 문석훈 신부가 만든 부활장식.
예수부활대축일, 잘 보내셨나요? 전 이번 부활절이 칠레에서 맞이한 세 번째 부활절입니다. 올해는 사순시기부터 준비를 많이 했답니다. 성주간 장식도 만들고 부활장식도 만들고 스페인어로 된 부활찬송도 연습하고…, 덕분에 몇 주간의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갔더군요.
남미의 대표적인 문제하면 마약을 빼놓을 수 없죠. 마약은 여러 조직과 검은 돈, 불법, 살인 등의 종합세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심지어 예전에는 정치적으로도 마약이 이용돼 이제는 아주 뿌리 깊은 문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마약이 저렴해서 많이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약은 돈이 되는 물건이라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데, 다만 이 마약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분한다는 것이 더 씁쓸합니다. 우리 동네의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는 마리화나향이 조금, 아주 조금 나는 싸구려 마약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여러 음료들에 합성착향료를 넣듯 여러 화학 재료에 향을 섞어 넣은 ‘싸구려’ 말이죠. 몸에는 그만큼 더 치명적인데 돈 없는 이들은 생각 없이 구입을 합니다.
본당에 부임하고 얼마 뒤, 점심을 먹을 때 윌리 신부가 저녁에 임종 예식에 같이 가겠냐고 물었습니다. 남미에 와서 처음으로 장례모습을 보겠다 싶어서 그러겠다고 했고 장례시간 전까지 예식서를 훑어보았습니다.
저녁이 되자 우리는 차를 타고 본당 구역 중 제일 끝에 있는 공소로 가서 신자들을 만났고 함께 상갓집으로 갔습니다. 상갓집이 있는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죽은 이를 애도하는 글귀와 여러 장식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고 마치 죽은 사람이 들으라는 듯 그가 들었던 노래들을 크게 틀어놓은 채 많은 젊은 사람들이 모여 담배를 피워댔습니다.
보통 이런 길은 아주 위험한 곳인데 어찌됐든 조금은 긴장된 분위기를 뚫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집안 거실에 관을 모셔두고 그 둘레에 가족과 이웃 사람들이 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관 위에는 죽은 사람의 사진과 꽃 그리고 십자가가 있었는데 죽은 사람은 불과 21살의 젊은 청년이더군요. 그 청년은 마약 조직원 중 하나인데 얼마 전 다른 마약 집단의 사람을 죽였고, 그 뒤에 그 집단에서 찾아와 복수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의 관 위에는 그 친구가 맞은 총알 다섯 개가 줄맞춰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며칠 뒤에 또 다른 복수가 있을 것이라고요.
잠깐의 기쁨을 팔고 그것을 사고 그래서 자신이 처한 가난한 상황을 피하려 했지만, 결국 그것 때문에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린 청년. 그의 죽음은 그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쾌락주의나 고통과 십자가를 맞서지 않고 그저 회피하려는 우리 사회의 나약한 모습, 그래서 마약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십자가를 잊게 만드는 많은 것들을 우리도 종종 쌓아두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당신에게 닥친 십자가를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선 예수님의 모습이 너무도 큰 용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용기가 우리 안에도 있다면 분명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더 아름답고 정의롭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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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