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에 가장 상처를 주는 말이 무엇일까? 독설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에게 해를 주는 말의 순서를 ‘명령-지시-훈계-설교-조언’이라고 말한다. 명령이나 지시는 그렇다하고 훈계, 설교, 조언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말일 텐데 왜 해가 될까?
우선 이렇게 생각해 보자. 당신에게 자주 조언하거나 훈계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의 의견을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마음에 새겨두거나 한번쯤 다시 음미해 보는가? 자존심 상할 때가 더 많을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 조언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어느 날인가 상대방이 조언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가급적 조언을 피하려 하지만, 성격이 그런지 누가 어떤 문제나 어려움을 호소하면 먼저 조언부터 하려든다. 조언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상담 심리학을 배우면서부터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번은 직장을 3번이나 옮겨 다니다 그만 둔 사람이 상담을 하러 왔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입니까?”하고 물었더니 “저는 직장을 잡으면 얼마 못가 그만두게 됩니다. 벌써 3차례나 그만 두었습니다. 지금 나가는 직장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의지도 부족하지만 직장 상사의 잔소리에는 기가 질립니다. 견딜 수 없어요”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실패자로 전락해 가고 있었다. 친구들과도 멀어졌고 혼자 자주 술을 마셨다. 부모와 사람들을 원망했다. 더 이상 직장 생활도 할 수 없게 됐다.
나는 그와 몇 달 상담을 지속했다. 그의 부모는 대학 교수였다. 그의 사촌들도 의사, 변호사, 교수들이었다. 그만 일류 대학을 나오지 못했고 형도 일류대학을 나와 의사가 되었다. 재능이 뛰어나지 못하고 의지도 약했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형 또는 사촌들과 비교 당했고 그가 서울의 이류 대학에 들어간 것도 비교당했다.
“넌 왜 그러냐? 형과 사촌들을 좀 봐라. 너는 왜 그렇게 의지가 없냐? 열심히 좀 해 봐라.” 그런 부모의 잔소리로 마음에 독이 쌓여 부모를 죽도록 미워했고 형마저 미워했다.
나는 그를 치료하는데 매주 1회씩 6개월이 걸렸다. 내가 하는 일은 그의 문제 원인을 그 스스로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계속 듣는 것이었고, 들을 때마다 그의 심정을 공감하는 것이었다. 그가 자기 상한 감정을 다 해소시켰을 때 그는 비로소 마음을 열고 내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문제 원인과 해답을 상담 초기에 이미 알았지만, 그 대답을 찾도록 도와주기만 했다.
감정은 일이나 사건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마음 상태다. 기쁨이나 슬픔, 사랑이나 증오로 나타난다. 그것이 삶의 형태를 좌우한다. 내면에 미움, 슬픔, 갈등, 가책, 불안, 두려움 같은 정서는 해소돼야 마음이 방향을 잡아갈 수 있고,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공감은 동력이 되지만, 반복되는 조언이나 훈계는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우리는 지금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 말만 한다.
더구나 다른 이의 마음을 읽으려는 사람은 어디가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지금 갈가리 찢어져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그것은 불신과 적개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기 마음의 치유부터 하고 다른 이의 마음을 치유해 줄 때 사람들은 뒤로 돌아선다. 다른 이와 진정으로 소통하려면 그의 마음의 정서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느낌을 공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 그것이 진정 영적 성숙의 길이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하재별 신부
원로사목자·사랑과 평화 생활실천회 이사장